요즈음 정말 떼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조금만 자기 마음대로 안 돼도 징징대고 울며, 매달리고 소리 지르고 바닥에 주저앉아 난리를 칩니다. 심지어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떼를 씁니다. 달래도 보고 무시해도 보고 야단을 쳐봐도 아이는 원하는 바를 다 들어준 후에야 울음 그칩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입니다.
부모가 죄진 거 있습니까? 그렇게 살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떼쓰는 거 다 이유가 있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에 따라서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합니다. 떼를 써서 원하는 것을 얻은 아이들이 떼를 씁니다. 안 된다고 한 것을 떼써서 얻었거나, 떼를 쓰면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면 떼를 더 씁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항상 떼를 쓸 수도 있습니다. 나이 들면 좋아질 거라고 낙관하지 마세요. 갈수록 심해질 수 있고 어린이집같이 단체생활을 할 경우 다른 아이들과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떼쓰는 거 고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쉽습니다. 앞으로는 떼써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면 됩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해봤는데도 안 된다는 부모가 많습니다. 육아는 일관성이 중요한데 이런저런 방법을 다 했다는 얘기는 육아방침을 자꾸 바꾸었다는 의미고 결국 떼쓰는 아이에게 매번 끌려다닌 겁니다.
떼를 쓸 경우 엄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무시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말고 아이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세요. 떼를 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아예 떠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겁니다.
떼쓰는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아기 때부터 그에 맞는 가정의 틀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권위 있고, 가정에 위계질서가 서고 규칙과 루틴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한계를 명확하게 해주고 따르게 하세요. 여기에 부모의 사랑과 적당한 배려가 있으면 됩니다. 이게 훈육의 기본인데 어릴 때부터 이렇게 키운 아이들은 자기 통제력이 생기고 공공장소에서도 떼를 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습니다. 떼를 쓰더라도 부모가 안 된다고 했을 때 쉽게 어른 말을 듣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아이 우는 거 겁내지 마세요. 배고플 때 밥을 주거나 기저귀 가는 등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잠시 기다려서 울음을 그칠 기회를 주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게 하세요.
공공장소에서 떼쓰면 안 된다는 것처럼 아이가 지켜야할 이런 규칙은 평소 아이와 의견을 나누며 미리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을 해도 아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떼쓰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상한다거나 정서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도리어 규칙과 한계를 명확하게 하고 그 틀 속에서 마음대로 놀게 해야 아이가 불안하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안 되는 것은 울고 떼써도 안 된다는 것을 항상 명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마음은 따뜻하게, 규칙은 명확하게, 실행은 단호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정훈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교육이사,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모유수유위원회 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하정훈소아과의원 원장이다. 베스트셀러 육아지침서이자 육아교과서라 불리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기도 하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