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김만배 등 이재명 사법리스크 요충지마다 성균관대 동문 포진…‘헬멧맨’ 최우향 성균관 부관장 경력 눈길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2021년부터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켜 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장동 의혹 사이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 성패는 이 연관성을 증명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다.
대장동 의혹 수사 초창기엔 ‘설계 관여자’를 중심으로 한 수사가 진행됐다. ‘키맨’이라 불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 씨를 비롯해 ‘이재명 측근’으로 분류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본부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변호사 등이 대장동 미스터리 진실을 밝혀낼 인물들로 꼽혔다.
이들 중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내 죗값만 치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폭로전에 돌입한 상태다.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관계자들의 입이 열리면서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냈다. 스포트라이트는 김만배 씨 입을 향했다. 김 씨까지 폭로전에 가세할 경우 대장동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밝혀질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김만배 씨 음성파일에서 언급된 천화동인 1호 절반을 소유한 ‘그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그러나 김 씨는 입을 꾹 닫았다. 언론 인터뷰를 모두 거부하고 두문불출하던 김 씨는 12월 14일 밤 자신의 차량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대장동 의혹 관련 범죄수익 은닉수사에 돌입했고, 이런 부분이 김 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검찰이 범죄수익 은닉수사에 돌입하면서 초점을 맞춘 인물은 두 명이었다. 바로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한성 공동대표와 최우향 이사 공통점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관통하는 양대 축 교차로에 서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 공동대표는 쌍방울·아태협 불법대북송금 의혹 키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며 최 이사는 화천대유 이사임과 동시에 과거 쌍방울 국제총괄 부회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유동규, 남욱 등은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안 아무개 아태협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 핵심 인물로 분류됐다”면서 “이 공동대표와 최 이사는 대장동과 쌍방울 관련 의혹 모두와 접점이 존재하는 ‘숨겨진 키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숨겨진 키맨’을 찾은 것이 김 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가 거론되면서 ‘사법 리스크’를 관통하는 인맥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바로 성균관대 학맥이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는 성균관대 84학번 동양철학과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또한 성균관대 출신으로 전해진다. 이 공동대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뒤에도 그들의 인연은 이어졌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 공동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함께 강원도 동해시 소재 D 컨설팅 회사 사내이사로 재임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2019년 3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로 취임한 바 있다. 대장동 의혹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판도라 상자 표면에 이 공동대표 이름이 써있는 셈이다. 이 공동대표와 연이 있는 이 전 부지사 역시 성균관대 출신이다. 이 전 부지사는 81학번으로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전해진다.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가 이어지면서 이 전 부지사는 김만배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 연결고리로 떠올랐다.
11월 25일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배임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만배 씨가 (당시) 이재명 시장과 친한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어 김 씨에게 그분들을 통한 이 시장 설득을 부탁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유력 정치인들’로 이 전 부지사를 비롯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름을 거론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였던 ‘성남의뜰’에도 성균관대 학맥은 존재했다.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는 성균관대 87학번(법학과)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대주주로 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성남의뜰은 자산관리회사 및 지분참여자로 당시 신생기업이던 화천대유를 발탁한 바 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할 당시 화천대유 대표로 재직했던 이성문 변호사 역시 성균관대 법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행담도휴게소 내 행담오션파크 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다. 이 변호사는 김만배 씨와 함께 화천대유 자금 흐름에 가장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다.
아들이 화천대유에 재직하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아 논란에 휘말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성균관대 출신이다. 곽 전 의원은 79학번으로 법학과를 졸업했다. 아들을 둘러싼 퇴직금 논란으로 의원직에서 사퇴한 뒤 지난 2월 4일 구속된 곽 전 의원은 8월 8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성균관과 인연이 있는 키맨도 있다. 앞서 언급한 ‘헬멧맨’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다. 10월 1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김만배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할 때였다. 헬멧을 쓴 남성이 김 씨를 수행했다. 최 이사였다.
최 이사는 쌍방울 국제총괄 부회장, 성균관 부관장 등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과거 목포 지역의 한 폭력조직에 몸 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말 김만배 씨는 최 이사와 관련해 “20년 지기 사회 후배”라면서 “2002~2003년쯤 처음 만나 아주 친해졌고, 진짜 아끼는 동생”이라고 발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 이사의 가장 독특한 이력은 다름 아닌 성균관 부관장”이라면서 “과거 김만배 씨와 최 이사가 함께 성균관에서 주역을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 이사가 자신의 과거 경력을 세탁하려는 수단으로 ‘선비 양성소’인 성균관 부관장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학연을 통해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가 공적 영역에서 부정부패 커넥션으로 발현되는 통상적 메커니즘으로 보인다”면서 “학연 문화, 학맥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전통적이면서도 일상화된 영역이다. 자연스럽게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된 부분이 ‘커넥션’으로 부각되면서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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