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공판에서 권오수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와 신한증권(현 신한투자증권) 담당직원의 2011년 6월 10일 전화주문 녹취록을 공개했다. 2011년 6월은 2차 작전이 진행 중이던 시점이다.
최은순 : 아우, 이전에 확 팔아버릴걸.검사가 해당 녹취록을 공판 과정에서 제시하자 권오수 회장은 “최 씨와 전화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가끔 했다”며 “13년 전의 일이라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담당자 : 팔 수가 없었어요. 7970원이 고점이라, 그나마 그렇게 판 거예요. 거래가 없어요.
최은순 : 두 달 걸린다는 거야. 지금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어. 오늘 딱 내가 물어보니까. 그래 가지고 ‘아, 이거는 지속이 안 되겠다’ 싶어서 빨리 팔라 그랬어.
담당자 : 오늘 장이 안 좋아요. 최근에.
최은순 : 오늘도 떨어졌어?
담당자 : 아침에 저랑 전화 통화하실 때만 해도 지수 1%가 오르고 있었어요. 지금 –1.2%로 끝났거든요. 도이치모터스 사장님하고 어떻게…. 얘기해보셨어요?
최은순 : 어. 아침에 통화했다니까.
이에 검사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최은순 씨 신한투자증권 계좌는 최 씨가 직접 관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직원과 통화하면서 주문한 내용들이 꽤 많이 있다”며 “증인(권 회장)은 최은순 씨나 김건희 여사에게 회사 사정들을 자주 얘기해주고, 그 사정들이 녹취록에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와 최 씨가 권 회장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종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으로 읽힌다.
이어 검찰은 또 다른 전화주문 녹취록도 공개했다. 다만 이 녹취록의 경우 통화 날짜가 특정되지 않았다.
담당자 : 신한투자 OOO 과장입니다.해당 녹취록에서도 최은순 씨가 권오수 회장에게 주가의 시세조종 정보를 듣고 매도를 한 것 아니냐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 나왔다. 이 녹취록에 대해서도 검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권오수 회장은 “기억에 없다”며 “최은순 씨가 왜 저런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최은순 : 응. 거기서 내꺼 그냥 다 팔아. 싹 팔아.
담당자 : 네?
최은순 : 혼자만 알고 있어. 이거가 3500원 밑으로 (권오수) 회장이 딜을 해놨대. 이거 주식을 어차피 떨어뜨리지 않으면 성사가 안 된대.
담당자 : 큰일 난대요?
최은순 : 그래서 이거 주식을 떨어뜨릴 그것을 하려고 하나봐. 어떤 방법으로 됐든지 떨어뜨릴 그걸 하고 있대. 고민을 하고 있대. 그래서 이제 우리 거래가 아는 사람에게는 팔으라고 하고. 미운, 얄미운 사람 있잖아. 엿 먹으라 하고 내버려 둔대.
담당자 : ….
최은순 : 아니 지금 뭐 딜하는 거가 적정선이 그게 아니래. 그러니까 일단 정리를 해.
담당자 : 그럼 일단 4000원에서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해볼게요. 전화 드릴게요.
10월 28일 공판에선 최은순 씨 명의의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당초 검찰 수사 때는 권오수 회장이 해당 증권계좌에 대해 차명 거래를 위해 최 씨에게 빌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판에서 검사가 “최 씨 명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권오수 회장은 “나중에 자세히 체크해보니까 최은순 씨 계좌를 제가 운용해 준 겁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검사가 “진술을 바꿔서 증인(권 회장)이 차명으로 한 게 아니라, 최 씨 계좌를 관리해 준 거냐”고 재차 확인하자, 권 회장은 “맞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는 2010년 8월 30일경 최 씨 명의 미래에셋대우 계좌로 최초 5억 원이 입금된 것을 거론했다. 그러자 권오수 회장은 “최은순 씨의 돈”이라며 “5억 원의 자금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확인했냐’는 검사의 신문에는 “최은순 씨에게 물어봤다”고 답했다.
11월 4일 열린 공판에선 재판부가 권오수 회장의 입장 변경에 대해 다시 확인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차명인지 아닌지 중요한 게 결국 손해나면 누구에게 귀속되고, 이익이 나면 누구한테 귀속되느냐가 핵심인 것 같다. 누구에게 귀속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전부 다 최은순 씨에게 귀속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사는 “최은순 씨 명의 부분과 관련해서는 저희(검찰)도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만약 차명이 아니라면 (권오수 회장 측에서) 그에 대한 자료를 받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 회장 측 변호인은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계좌 개설을 할 때 5억 원 입금이 돼서 계좌가 (권 회장에게)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최 씨 명의의 미래에셋대우 계좌에 ‘최초 입금된 5억 원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검찰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자금추적을 위한 은행계좌 조회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읽힌다. 검찰이 최 씨에 대해 부실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금융 사건에서 돈의 흐름은 수사의 기본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좌를 들여다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당사자를 소환해 물어보면 된다”며 “권오수 회장이 공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는데, 검찰이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또한 처음 투자금을 누가 입금했는지 돈이 나중에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검찰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뿐 아니라 장모 최은순 씨도 계좌 추적을 하거나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12월 16일 권오수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징역 8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81억 3000만여 원을 구형했다. 이외에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도 검찰이 각각 실형과 벌금을 구형했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주가조작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지만, 김건희 여사는 여전히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친 최은순 씨 역시 검찰의 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필요한 수사는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을 가리거나 경중을 두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