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알선’ 불기소, ‘원정 도박’ 벌금형,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무죄…프로듀서로 복귀 가능성
그런데 양현석 전 대표는 이 세 가지 사건을 모두 극복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터전을 마련했다. 대미를 장식한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이후 양 전 대표는 “재판부 판결에 존경을 표한다.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첫 번째 고비는 ‘성매매 알선 혐의’. 성매매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남달라 그만큼 화제성이 컸지만 비교적 가볍게 넘어섰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된 것. 유·무죄를 가를 재판부의 판단도 필요 없이 검찰 단계에서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고비는 다소 어렵게 통과했다. 우선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혐의’에 대한 검찰 판단은 ‘혐의가 있다’지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경찰 수사 결과가 ‘상습’ 도박이었던 데 반해 검찰 수사 결과는 ‘단순’ 도박으로 나온 것. 이에 따라 검찰은 기소를 하긴 했지만 재판을 거치지 않고 1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약식기소를 했다.
도박에 대해서는 형법 제246조에 규정돼 있는데 단순 도박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상습 도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벌금도 2배 차이가 나지만 상습 도박은 징역형도 가능하다. 상습 도박은 단순 도박보다 연예계에서 입는 이미지 타격도 크다.
해외 도박 자체는 인정했지만 상습 도박은 아니라고 주장했던 양 전 대표 측에서는 단순 도박만 인정된 검찰의 약식기소가 최선의 결과였다. 그렇게 최선의 결과지를 받아 들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 재판에 회부해 재판이 시작된 것. 그렇지만 법원의 판결은 결국 벌금 1500만 원이었다.
당시 선고에서 재판부는 “검찰에 (상습 도박 혐의 추가 등) 공소장 검토를 명했으나 검사가 정정하지 않았다”며 “공소제기한 내에서만 형을 정할 수 있어 이 같은 판결을 내린다”고 밝혔다. 검찰이 상습 도박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아 단순 도박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의미인데 재판부는 벌금을 1500만 원 선고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만약 검찰이 상습 도박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건 역시 이렇게 종결됐다.
검찰이 가장 단호하게 처벌 의지를 보인 사건은 마지막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혐의’다. 2021년 5월 2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양현석 전 대표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선 두 사건에서 불기소와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던 검찰이 비로소 양 전 대표를 정식 기소했다.
사건은 2016년 8월 마약 혐의로 체포된 연습생 출신 A 씨가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혐의를 진술하자 수사를 무마하려 양 전 대표가 A 씨를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A 씨가 이 사건을 공익신고하며 경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양 전 대표는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비아이의 마약 구매 혐의는 재판을 통해 유죄로 확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12월 2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재판부는 “피고인(양현석 전 대표)이 소속 가수의 형사 사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게 하고자 피해자(A 씨)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사법 기능을 침해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보복 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인해 의사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번복이 이뤄져야 했다”면서,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피해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피해자는 시일이 지나고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경찰이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피해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암시를 줘, (진술을) 왜곡·강화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A 씨가 2016년 10월 YG 소속 다른 가수와 마약류를 흡연한 점과 진술 번복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점 등도 양현석 전 대표의 협박으로 공포심을 느꼈다는 A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연예계에선 향후 양현석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월 14일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표는 “연예인이자 음반기획자로서 각별히 조심하고 살아온 점을 고려해 달라. K팝으로 한국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을 만나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YG 총괄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양현석 전 대표는 친동생 양민석 YG 대표와 함께 2019년 6월 동반 사퇴했다. 2022년 7월 양민석 대표가 YG로 3년 만에 복귀한 상황에서 양 전 대표가 언급한 ‘본연의 자리’ 역시 YG로 풀이된다. YG 총괄 프로듀서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수장이 돌아온 YG의 향후 행보에 연예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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