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먼트 매경기 다른 전략으로 우승 견인
2015년 여름 현역에서 물러난 그는 이듬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에서 한 시즌간 코치를 지낸 그는 2017년부터 1년간 아르헨티나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이후 20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잠시 잡았으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철저한 실패를 경험한 A대표팀에 감독 대행으로 부임했고 곧 정식 감독이 됐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부임 이후 첫 대회였던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콜롬비아에 패배, 파라과이와 비기며 가까스로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4강전에서는 라이벌 브라질에 패했다. 3, 4위전에서 메시가 퇴장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끝에 승리, 3위에 오르며 대회를 끝냈다. 이 때까지는 한동안 좌절만을 겪어온 아르헨티나의 역사가 반복되는 듯 했다.
2년 뒤 다시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선 염원하던 우승을 차지했다. 개최국이자 라이벌인 브라질을 결승에서 꺾고 이룬 우승이라 더욱 특별했다. 1993년 이후 28년만의 우승이었다. 스칼로니 감독 커리어 첫 우승이자 같은 이름을 가진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망)의 성인 대표팀 커리어 첫 우승이기도 했다.
스칼로니 감독은 1년 뒤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다시 한 번 마법을 부렸다.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6년만의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것이다.
그의 감독 커리어가 그랬듯, 월드컵 시작도 불안했다. 약체로 분류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패배한 것이다.
스칼로니 감독은 즉각 팀의 전술과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측면에서 주로 활약하는 파푸 고메스(세비야)를 빼고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브라이튼)를 선발로 기용했다. 중원을 지키는 역할은 레안드로 파레데스(유벤투스) 대신 귀도 로드리게스(레알 베티스)가 맡았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변화의 폭이 더욱 크고 과감했다. 월드컵 이전까지 A매치 경험이 3경기에 불과했던 2001년생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벤피카)가 선발로 중용됐다. 메시와 짝을 이룰 최전방 공격수로는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가 낙점을 받았다. 알바레스 역시 2000년생으로 경험이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부터 스칼로니 감독은 매경기 다른 전술을 들고나와 승리를 낚아채며 마치 '쪽집게 과외 선생님'과 같은 면모를 보였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는 백3 전술을 선보였다. 이전까지 아르헨티나는 백4 수비 전형만을 고집해왔다. 짧은 패스로 공을 점유하길 즐기는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의 백3에 막혀 고전했고 결국 경기 막판에는 롱볼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를 필두로 한 미드필드진에 강점을 보이는 크로아티아를 상대(4강)로는 윙어 없이 중앙 포지션 성향의 미드필더 4명만을 중원에 배치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 결과 크로아티아는 자신들의 강점을 발휘하기 힘들었고 아르헨티나는 3-0 완승을 거뒀다.
우승 향방을 결정지은 결승전에서도 스칼로니의 전략이 주효했다. 중앙 지역에서 활약하던 메시를 우측면에 치우치게 배치했다. 같은 측면에서 주로 활동하는 킬리앙 음바페(파리생제르망)가 수비 가담이 많지 않은 탓에 자연스레 프랑스 수비는 메시 쪽으로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스칼로니 감독은 반대편 측면에 사우디전에 부진했고 토너먼트 들어 외면하던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를 기용했다. 일대일에 강점을 보이는 유형인 디 마리아는 비교적 공간이 넓어진 왼쪽 측면에서 1골 1도움(페널티킥 유도)을 기록했다. 동시에 아르헨티나는 수비적으로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 전반전에는 프랑스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이례적으로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두 장의 교체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스칼로니 감독은 유연하면서도 과감한 변화로 44세라는 감독으로선 이른 나이에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첫 경기 패배 이후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줬다. 그간 대표팀에서 성과를 낸 공신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그들을 벤치로 내리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스칼로니 감독에 대해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유연하면서도 냉정한 판단이 우승을 만들어냈다"면서 "이전까지는 초보 지도자에 불과했는데 단숨에 세계 최고 감독이 됐다. 큰 경력 없이 아르헨티나 감독이 된 것이 의아하기도 했는데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아르헨티나가 경력에 의미를 뒀다면 이런 인재를 놓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능력보다는 경력만을 우선시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미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라는 결과를 낸 스칼로니 감독은 월드컵 이전 이미 아르헨티나와 4년 재계약을 맺었다. '초보 딱지'를 뗀 그가 아르헨티나에서 어떤 드라마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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