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이, ‘김장’ ‘비윤’ 등 후보 단일화 바람, 원외 추가모집 여부가 핵심 관건
#2014년 '박심'은 왜 힘을 못 썼나
대통령 임기 초반 허니문 기간도 없이 하염없이 급락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3~5%포인트(p)가량 올라 4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12월 21일을 전후해 잇따라 나왔다.
한때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가 30%대에서 갇혀 있었는데, 11월부터 반등이 시작돼 12월 중순 이후에는 기울기가 제법 커진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물론,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중도층과 20대 젊은층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과 명확한 차별성을 보이는 움직임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노동 연금 등에 여러 개혁 드라이브를 들고 나온 것도 여론의 변동을 불러낸 걸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가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전까지 이어진다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윤심’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자와 함께하려는 편승 현상이 유독 심한 한국 정치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지속될수록 윤심과 최대한 가까워 보이는 후보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후보군 가운데 윤심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후보는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연대설이 나도는 김기현 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안철수 의원, 아직 공식 출마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윤핵관’으로 불려온 권성동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전당대회 룰 변경 등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운 바 있는 안 의원은 ‘윤심 후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김기현 권성동 의원이 윤심의 최대 수혜 후보로 꼽힌다.
김기현 권성동 의원만 놓고 비교하면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는 권 의원이 윤심에 더 가깝지 않느냐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윤 대통령과 동갑(1960년생)인 권 의원은 외가(강원도 강릉)에서 방학을 보냈던 윤 대통령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관계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에 더해 윤석열 정부 탄생 과정에서의 지분까지 갖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핵심 보좌역으로서 활동하며 ‘측근 정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12월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현재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의 상승 추세에서 이탈, 조금이라도 하락 반전된다면 윤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2014년 7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반이어서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맏형이었던 서청원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비박계로 분류되던 김무성 후보가 서 후보의 도전자로 나섰지만 당 안팎에서는 ‘박심’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놓고 편든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를 드러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비박계 김무성 후보가 큰 표 차로 승리한 것이다.
당심 7·민심 3 비율로 치러진 당시 당대표 선거에서 김무성 후보는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모두 서 후보를 눌렀다. 서 후보 측은 여론조사의 열세를 현장투표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당심’에서도 김 후보에게 밀렸다. 박 대통령이 전대 당일에 직접 행사장을 찾아 마이크까지 쥐었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대통령 취임 1년 5개월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선거의 여왕’ 박심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는 하락세를 보이던 대통령 지지율이 작용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까지 지지율이 치솟았지만, 2014년 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그해 상반기 지지율이 급락했다.
당시 전대를 기억하는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당내에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박 전 대통령조차 전당대회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가 비록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윤심의 작동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일화 바람, 돌풍으로 연결돼야 승산
뚜렷한 원톱이 보이지 않는 다자구도 속에서는 일단 선제적으로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한 세력 결집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이를 돌풍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김기현 의원이 가장 앞장서 나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이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는 이른바 ‘김장연대’다. 김 의원은 12월 21일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공식화했다. 그는 “(김장을) 잘 담가 식단에 올려 풍부하고 맛있는 반찬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건강도, 정치권에 영양분도 잘 공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 의원의 경우 “커피도 먹어보고 영화도 같이 봐 보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데이트를 해야 결혼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연대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연대설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 역시 개별 정치인의 인지도 싸움으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장연대처럼 정치세력 간 협상에 의한 인위적 연대만으로는 승리를 점치기 어렵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위권에 올라있는 인지도 높은 후보들의 조기 단일화가 성사돼야 바람을 만들고 돌풍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당심 100%로 치러지는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당심의 편성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도 후보 개인 인지도가 중요하다는 점과 연결된다. 과거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과 고연령층이 당원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젊은층과 수도권 비중도 늘어 당원 표심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2월 21일 “최근 당원 구성을 보면 20~40대 비율이 33%까지 올라왔다”며 “지역별로 봐도 영남 비중이 40%이고 수도권이 전체의 37%”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도권과 젊은층에 인지도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윤 연대’가 만들어져 의외로 선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윤심을 업고 있다고 주장하는 친윤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며 “당원 편성이 과거와 달라졌고 당심도 일반 민심과 동조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지도가 높고 대중 정치인 이미지가 강한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단일화 휘몰이를 해나간다면 돌풍을 일으키면서 독자적인 세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각설과 맞물리는 추가 모집으로 이변?
인지도 높은 후보가 많지 않아 여당 전대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당 안팎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나온 개각설과 맞물려 후보군 추가 모집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내각에 있는 장관들 중 정치인 출신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력 후보였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당 등을 위한 물리적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추가 모집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명된다. 둘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윤심이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원 장관은 대선 당시 ‘대장동 1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고, 권 장관도 서울에서 4선을 했기에 대중적 인지도 역시 낮지 않다.
권 장관과 원 장관을 단순 비교해 추가 모집 대상을 뽑는다면, 권 장관이 일단 몇 발짝 앞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권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 본부장 겸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직접 이끌었다. 사무총장 경험에 여당 운영을 당장 맡겨도 경험치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3선 의원을 지내고 제주지사까지 역임한 원 장관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꺼내기 어렵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 대응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원 장관의 원칙 고수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윤 대통령의 신임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전언도 나온다.
하지만 추가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데 대북 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을 바꾸기 쉽지 않고, 권 장관의 의원 지역구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이라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원 장관 역시 집값 연착륙 등 국토교통부 현안이 적잖고, 무엇보다 ‘차기 대선주자’라는 점이 걸린다. 대통령 임기 초반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당대표는 ‘관리형’이 선출돼야 한다는 게 당내 주류 의견인데 원 장관이 당대표가 되면 단숨에 미래 권력이 된다는 것이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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