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안방극장으로 새해 벽두부터 줄줄이 출격…‘우영우’ ‘슈룹’ 배턴 잇는 다양한 여성 서사 다뤄
#송혜교·고현정·김희애…OTT에서 격돌
더 이상 TV는 ‘대세’ 매체가 아니다. TV 시대를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이들이 줄줄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로 출사표를 던진다. 송혜교가 출발선을 끊는다. 그는 12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도깨비’, ‘시크릿가든’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두 사람은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다시 인연을 맺었다.
학창시절 학교 폭력을 겪은 여성이 성인이 된 뒤 가해자들을 상대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더 글로리’는 송혜교가 도전하는 첫 장르물이다. 또한 김 작가가 선보이는 첫 ‘19금’ 콘텐츠다. 송혜교는 학폭 피해자 역을 맡아 기존 ‘로맨틱 코미디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넷플릭스는 고현정과 김희애도 품었다. 고현정은 ‘마스크걸’의 주인공을 맡아 이미 촬영을 마쳤다. 그는 극 중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BJ(인터넷 방송인)로 활동하다가 인생의 풍파를 겪는 주인공 김모미 역을 맡았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외모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담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2020년 ‘부부의 세계’ 이후 영화에 집중하던 김희애는 ‘퀸 메이커’로 돌아온다. 김희애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를 연기한다. 그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승숙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승숙 역은 배우 문소리에게 돌아갔다.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휴식기를 갖던 이나영 역시 OTT로 돌아온다. 그는 토종 OTT 웨이브 신작 ‘박하경 여행기’의 주인공을 맡아 4년 만에 대중과 만난다. 매회 25분 분량, 총 8부작으로 제작되는 ‘박하경 여행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 토요일 딱 하루 여행을 떠나 걷고 먹고 사람들을 만나며 위로와 공감을 발견하는 국어선생님 박하경의 여정을 그린다. 이나영은 타이틀롤 박하경으로 분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톱스타들의 OTT 콘텐츠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다. 기존 작품 중 성공 사례가 늘면서 OTT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동시에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출연 배우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적다”면서 “지명도가 높은 스타들이 대거 넷플릭스로 옮겨가며 2023년에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도연·이보영·엄정화…안방극장 나들이
연초부터 반가운 얼굴들을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포문은 배우 이보영이 연다. 그가 주연을 맡은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가 1월 7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광고대행사가 배경이다. 그는 온갖 역경을 딛고 그룹 최초 여성 임원으로 발돋움하는 고아인 역을 맡는다. ‘대행사’는 26%가 넘는 시청률로 막을 내린 ‘재벌집 막내아들’의 후속작이다. 그 후광을 입는 만큼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완성도만 보장된다면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화제작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주 뒤에는 전도연이 출격한다. 그는 1월 14일 시작되는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로 맞불을 놓는다.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로맨스를 다룬다. 전도연은 핸드볼 국가대표였지만 가족을 위해 이를 포기하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을 연기한다. 그의 상대역인 대한민국 최고의 수학 강사 최치열 역은 배우 정경호의 몫이다.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하는 엄정화의 차기작은 JTBC ‘닥터 차정숙’이다. 엄정화가 타이틀롤을 맡고,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가정의학과’를 배경으로 삼는다. 훌륭한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했지만, 종갓집 맏며느리이자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차정숙이 다시 공부를 시작해 1년 차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의 특징은 여성에게 다양한 서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기존 드라마 속에서 여성들이 남자 주인공을 보좌하거나, 그들의 도움을 받는 인물에 그쳤던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 의사, 교사, 그룹 임원 등 전문직을 비롯해 사회적 지위 역시 크게 상승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이는 결국 사회상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선택 과정에서 여성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여성 서사를 다룬 콘텐츠 제작 역시 활발해졌다”고 풀이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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