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배경 로맨스, 악령 등장 오컬트, 만주벌판 달리는 액션 활극까지 소재와 장르 다양
#무중력 로맨스…400억 원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
우주 배경의 이야기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에게 오랫동안 도전의 욕구를 자극해왔던 장르다. 상상력과 기술력은 물론 막대한 제작비가 담보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도전의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 우주 영화 ‘승리호’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대표적이다. 새해에는 소재의 범위도 확대된다. 본격 우주 로맨스를 표방하는 공효진·이민호 주연의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무중력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러브 스토리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총 제작비는 약 400억 원. 특수 촬영과 VFX(시각특수효과) 등에 제작비 상당 부분이 소요된다. 배우에게도 도전의 연속이다. 극 중 우주 관광에 나선 산부인과 의사 역을 맡은 이민호는 “내게 심오한 고민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에 선택했다”고 밝혔다. 공효진은 완벽주의자인 우주비행사 이브 킴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특히 ‘별들에게 물어봐’는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히트작을 써온 서숙향 작가가 5년간 집필한 작품이란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우주와 로맨스의 만남이 대중에게 얼마만큼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지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촬영은 마무리됐고, 방송 채널과 시기는 논의 중이다.
#권력 저격? 시국 겨냥?…설경구의 첫 드라마 ‘돌풍’
오랜만에 정통 정치 드라마가 시청자를 찾는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정치와 권력을 주제로 묵직한 서사를 펼쳤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돌풍’이다. 부패한 정치 권력층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면서 이른바 ‘권력 3부작’을 성공시킨 박 작가가 햇수로 10년 만에 전매특허 장르로 돌아왔다.
‘돌풍’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를 둘러싼 정치극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돌풍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자신만 몰랐던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국가를 뒤흔들 각오를 하는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가 주인공인 국무총리 역을 맡아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는다. 1993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줄곧 영화에만 집중했던 설경구가 ‘돌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극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인 경제부총리 역은 배우 김희애가 거론된다.
정치 권력자들을 내세운 정통 정치극을 표방하는 ‘돌풍’이 과연 현실성을 얼마만큼 담보할지 여부에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정치 현실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드라마가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백꽃과 아이유…휴머니즘으로 똘똘 뭉친 ‘인생’
가수 아이유는 이제 배우 이지은으로 불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22년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서 주연을 맡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과 춘사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신인여우상을 받은 덕분이다. 그로 인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캐스팅 1순위’로 등극했고, 차기작 역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지은의 선택은 ‘인생’(가제)이다. 2019년 방송가 최고 화제작인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의 신작이다. 연출자는 이지은과 ‘나의 아저씨’를 함께한 김원석 감독. ‘미생’ ‘시그널’ 등 작품을 통해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 연출자다.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에 관한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작가와 감독이 뭉친 ‘인생’은 남녀 주인공의 삶을 연대기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소년 소녀 시절부터 나이든 중년의 모습까지 보여줘야 하는 만큼 제작진은 배우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연내 방송을 목표로 새해 초 촬영을 시작한다.
#오컬트의 부활…김태리와 김은희의 만남 ‘악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미스터 션샤인’으로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오른 배우 김태리의 오컬트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SBS가 연내 방송 예정인 ‘악귀’의 주연을 맡아 안방극장에서 오컬트의 부활을 알린다. 극본은 ‘킹덤’ 시리즈와 ‘시그널’, ‘싸인’의 김은희 작가가 쓴다. 전지현과 손잡은 대작 ‘지리산’의 실패로 절치부심해온 김 작가가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태리는 9급 공시생 구산영 역을 맡고, 아빠의 유품을 받은 뒤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에 휘말리는 상황을 그린다. ‘악귀’ 제작진은 “김태리가 맡은 구산영은 선과 악이 혼재된 복합적인 인물”이라며 “김태리의 탄탄하고 대담한 연기력이 작품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배우 오정세가 귀신과 신을 보는 눈을 가진 민속학과 교수 역할로 합세했다.
#만주벌판 항일 활극…김남길 주연 ‘도적: 칼의 소리’
항일극의 무대가 만주로 향한다. 배우 김남길 주연의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간도로 이주한 민중이 가족과 동료의 터전을 지키고자 일제를 향해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액션 활극이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드라마는 수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도적’은 항일의 메시지보다 장르에 충실하다. 드넓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액션에 충실한 서부극 스타일을 표방한다. 이에 더해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꽃피는 엇갈린 사랑도 그려진다. 김남길을 중심으로 서현, 유재명, 이현욱 등이 뭉쳤다.
시대극인 데다 액션 장면이 대부분인 ‘도적’의 제작비는 300억 원대다.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될 예정. 2022년 넷플릭스는 국내서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스페인의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시리즈는 제작비 400억 원을 쏟아 붓고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때문에 새해에는 경쟁력을 갖춘 드라마가 절실한 상황. ‘도적’이 이에 부합해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이어갈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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