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와 계약파기가 자충수 지적…남은 소송 패배 시 금전 손실·불명예 퇴장 불가피
한앤코는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외 2명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을 전부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 지분 37만 898주를 3107억 2916만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이 신규 이사 선임과 거래 종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날짜를 총회 당일 변경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한앤코는 법적 다툼을 선택했고, 이를 빌미로 홍 회장은 한앤코와 계약을 파기했다.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코는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6차례 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세 번의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위약벌 소송,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이 있었다. 결과가 나온 5차례의 소송에서는 모두 홍 회장 측이 패소했다.
2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에서 홍원식 회장 측과 남양유업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지난해 4월 불가리스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홍 회장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도 했다. 홍 회장은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나 한앤코가 홍 회장 측에 제기한 두 번째 가처분 소송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홍원식 회장이 다른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체결의 선행 조건으로 ‘외식사업부 분사’와 ‘일가 임원진에 대한 예우’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외식사업부의 핵심사업은 2014년 론칭한 아이스크림·디저트 카페 브랜드 ‘백미당’이다. 백미당은 오너 일가가 애착을 보인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재매각 상대로 선정했던 대유위니아그룹과 관계도 석연찮게 종료됐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대유위니아그룹과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했다. 남양유업이 한앤코와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면 대유위니아그룹은 주식을 양도받고 남양유업 경영권을 얻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대유 측은 매각을 저지한 한앤코보다 홍원식 회장 측에 날 선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대유 측이 홍원식 회장에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제안했지만 홍 회장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한앤코의 세 번째 가처분 신청으로 협상이 결렬됐지만 홍원식 회장이 자기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대유 입장에서는 제한적으로 남양유업을 이끌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결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원식 회장 측은 패소한 본안 소송 결과에 항소한 상황이다. 홍 회장 측은 1심에 이어 2심도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해 재판을 장기전으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에 반전 카드가 나오지 않는 한 소송이 예상보다 빠르게 종결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법무법인을 바꾸는 초강수를 두긴 했지만,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는 한 법원이 소송을 빠르게 종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홍원식 회장은 대법원까지 가려 하겠지만 지금 상황만 보면 대법원이 홍 회장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앤코의 승리로 재판이 종료된다면 홍원식 회장의 불명예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전적 손실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오너 일가를 상대로 500억 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유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으로 묶여 있는 계약금 320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주식시장과 투자자들도 홍원식 회장보다 한앤코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송 결과가 한앤코 측에 유리하게 나올 때마다 남양유업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홍원식 회장 측의 위약벌 소송 패소 결과가 나온 지난 22일 전후로 남양유업 주가는 6영업일 동안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하락률이 심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양유업의 주가 상승은 더 눈에 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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