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어려워져 서민들 원금 및 이자 상환 압박…규제 완화 속 대출 여력 큰 부자들 자산 증식 유리
코스피는 2000년 인터넷 버블로 50.9% 폭락했지만 2001년 37.5% 반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40.7% 폭락한 바로 다음 해 49.7%나 폭등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2011년 11% 하락했지만 이듬해 9.4% 반등했다. 2018년 미국의 긴축 충격에 17.3% 미끄러졌지만 2019년에는 7.7% 올랐다. 2022년 23% 넘게 하락했지만 2023년 증권사 전망치인 2600까지 반등한다면 13%가량 오르게 된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워진 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자산시장 반등의 수혜는 중산층·서민보다는 부자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규제가 대폭 풀리는 부동산에 부자들이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서민에는 고통의 시간…빚 갚고 자산 팔아야
새해 경제 1차 분수령은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이다. 현재 4.5%인 기준금리가 이때 5.0% 또는 5.25%까지 오르겠지만 이후에는 동결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달러 강세가 멈추면 비달러 통화 가치가 회복되며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져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약해진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역대 최저수준의 실업률과 견조한 소비를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뤄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2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때문이다. 여전히 빈 일자리는 덜 채워졌고, 정부가 가계에 푼 지원금은 반 이상 남은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는 채워지고 지원금도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 실물경제가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엔 냉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새해 하반기 또는 2024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나타나고 주식시장부터 이를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반등이 시작된다면 상대적으로 소득 대비 빚 부담이 큰 중산층·서민보다는 현금동원력이 높은 부자들이 값이 내린 우량 자산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크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보면 2022년 3분기 주택담보대출 차주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다. 2022년 7월부터 총대출액 1억 원이 넘는 차주에는 DSR 40% 규제(은행기준)가 적용됐다. 대출 당시 이를 충족했더라도 이후 소득보다 대출금리가 더 많이 오르면 원금 일부를 갚아야 한다.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사거나 투자를 해 소득만으로 빚을 줄일 수 없으면 보유한 자산이라도 팔아야 한다.
#세금 폭탄 걱정 없어진 부자에겐 저가매수 기회
부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한은 자료를 보면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소득 상위 20%의 DSR은 34%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대출 규제가 집중된 규제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그만큼 이자부담은 덜 늘었고 최근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덕분에 대출을 늘릴 여력은 더 커졌다.
주식보다 부동산에서 부자들의 저가매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일수록 실물 즉 부동산 자산이 많다. 실물자산 가격 상승에 기인한 가계 순자산 증가는 2011~2016년 소득의 28%(연평균) 수준에서 2017~2019년 42%, 2020~2021년 78%로 확대됐다. 이들 자산은 핵심지역에 위치해 가격 하락 국면에서도 낙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자본시장연구원 정화영 연구위원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국에서는 순자산 상위 가구일수록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상승이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순자산 상위 가구들이 부동산 투자로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부동산 취득·보유·매매와 관련된 모든 다주택 중과세를 없앨 방침이다. 일단 확정된 것은 보유세다. 새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공제하는 금액이 1세대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됐다. 다주택자에 적용되던 중과세율(1.2~6.0%)도 일반세율(0.5~2.7%)로 내려간다.
종부세가 아무리 늘어도 전년 부과액의 1.5배 이상은 되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는 3주택 이상 보유자(조정지역 2주택 이상)는 3배가 적용됐다. 다주택자이고 보유 부동산이 더 많아도 종부세는 더 적을 수도 있다. 공시가 13억 원짜리 집을 단독 명의로 가지면 1억 원 분만 종부세를 낸다. 부부 공동명의로 13억 원과 6억 원짜리 집 2채, 즉 19억 원어치를 가진 것과 같은 종부세를 낸다는 뜻이다. 물론 재산세는 다를 수 있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다주택자에 중과되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인하 방안도 이미 제시했다. 각종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아파트(전용 85㎡ 이하) 민간임대도 신규로 허용하고 서울과 수도권만 남은 규제 지역도 상당부분 해제할 방침이다. 분양권과 주택·입주권 전매에 따른 양도세 부담도 크게 낮춘다. 돈만 있으면 몇 채이든 전국의 부동산을 사서 전매·임대·매매를 해도 예전처럼 높은 기회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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