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은 천장에 대해 지붕의 안쪽 또는 상층 바닥을 감추기 위해 설치한 덮개로 설명한다. 중국에선 오래 전부터 천장을 ‘최고점’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해왔다. “학문의 천장을 찍었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천장을 뜻하는 영어 ‘Ceiling’에도 한도, 상한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다.
2022년 젊은이들 사이에서 ‘천장’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다. ‘비주얼 천장’은 외모가 뛰어난 것을 나타낸다. ‘얼굴 천재’와 비슷한 표현이다. 택배 배달을 잘하는 사람에겐 ‘운반 천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22년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운동선수들에게도 천장은 단골 메뉴다. ‘축구 천장’ ‘농구 천장’과 같은 식이다.
② 밥 냄새(烟火气)
인터넷상에서 밥 냄새란 ‘생동감 있고 활기찬 삶의 기운’으로 통한다. “밥 냄새 나게 일해보자”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이런 말이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22년 부쩍 자주 사용됐다. 과거에 불을 지펴 밥을 지을 때처럼 일상에서도 불꽃처럼 정열적으로 활동하자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대입 시험 한 지문에선 밥 냄새 관련 문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문을 보고 무엇을 설명하는지 맞혀야 하는 것인데, 정답은 밥 냄새였다. 지문은 이렇다. “가장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다. 온정이고, 아끼고 지켜야 한다. 봉사와 책임도 필요하다. 국가가 지켜야 할 서민들의 삶이다.”
③ 대백(大白)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대백’은 한자 그대로 하면 흰색이 많다는 의미다. 방호복을 입고 방역 전선에 뛰어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지칭한다. 방호복 대부분이 흰색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코로나와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희생을 치렀다. 그들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1차 방어선’이다. 이 시대에 그들은 진정한 영웅이자 공신으로, 역사상 지워지지 않는 발자취를 남겼다.
④ 아이스크림 자객(雪糕刺客)
2022년 여름 인터넷에선 ‘아이스크림 자객’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자객은 은밀히 접근해 목표 대상을 살해하는 킬러다. 상대방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아이스크림 판매업체가 마치 ‘자객’처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줘 공분을 샀다.
한 빙과업체는 가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아이스크림을 저렴하게 판다고 광고했다.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이 시중 가게보다 반값 이상 쌌다.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었다. 아이스크림 중엔 최대 500위안(9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 섞여 있었다. 무심코 결제한 소비자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놀랐지만, 환불은 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자객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일당들을 체포했다.
⑤ 새로운 서킷(新赛道)
서킷이란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 등이 경주하는 원형 코스다. 2022년 경제 분야에선 ‘새로운 서킷’이란 말이 자주 등장했다. 신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하는 신흥 업체들의 파괴적 혁신, 폭발적 성장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됐다. 동시에 새로운 기회, 미래를 향한 역동성을 표현할 때도 새로운 서킷이 쓰였다. 재계 전문가는 “서킷엔 출발점, 여정, 노력, 기상 등 다양한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⑥ 몰입(沉浸)
몰입이라는 말은 새로운 게 아니다. 어떤 대상에 깊이 파고들거나 빠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2년 ‘몰입’은 마치 트렌드처럼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그랬다. 외부의 시선, 환경 등에 개의치 않고 오롯이 자기 일에 집중하는 뜻으로 통했다. ‘몰입 독서’ ‘몰입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몰입을 통해 심리적 즐거움을 얻었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몰입과 관련된 신상품들이 잘 팔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체가 출시한 ‘메타우주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몰입형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해준다. 제품을 착용하면 시각, 청각 등 외부 현실 세계는 단절된다.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가상 환경에 대한 감각적 체험이 가능하다. ‘몰입’에 열광한 젊은이들에게 이 제품은 필수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