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새롭게 길어 올린 우리의 음식들. 우리만 즐기고, 우리만 나눠온 맛들이 밥상에 유독 많이 오른 한 해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보석 같은 음식들과 무한한 가능성의 맛을 밥상 위에 다시 펼쳐본다.
한겨울의 허허벌판과 갯벌에서도 어떻게든 밥상에 올릴 것을 찾아냈던 우리의 어머니들. 바다 이끼로만 여겨졌던 갯벌의 감태도, 무청도 살뜰히 모아 말려 먹는 방법을 궁리해냈다.
산에 떨어지니 열매나 자투리 먹거리에도 정성을 더해 든든한 먹거리로 탄생시킨 '묵'도 그중 하나다. 올해 초 탱글탱글한 식감에 그 재료도 무궁무진한 묵의 세계를 소개했었다.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은 박대. 이 생선에겐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두껍고 비늘이 많은 껍질이었다. 그런데 흔히 버려지는 이 생선껍질이 서천의 한 동네에서는 묵의 주재료로 사랑받고 있었다.
몇 남지 않은 박대묵 장인인 김명희 씨. 그녀는 30년 넘게 이어온 '정성과 기다림'이라는 묵의 노하우를 딸에게 전수 중이다. 7번이나 깨끗이 씻어낸 박대 껍질을 한 시간 넘게 젓고 또 저어 푹 끓인 다음 걸러낸 물을 굳혀야 비로소 탱글탱글한 묵이 완성된다.
별다른 먹거리 없는 겨울 밥상을 풍성하게 채워줬던 고소하고 쫀득한 맛의 묵 요리들. 우무 묵을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 말려 먹는 한천도 겨울철의 요긴한 먹거리였다. 오래전부터 먹어온 묵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포용의 맛 그리고 시간과 마음을 뭉근하게 졸이며 완성되던 어머니들의 음식이었다.
묵묵히 어어져 온 어머니들의 손맛이 채운 묵 밥상을 다시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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