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를 보아도 방긋방긋 잘 웃는 14개월 아기 서준이(가명). 하루가 바쁘게 자라나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엄마 수정 씨(가명)는 그저 착잡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많았지만 누구보다 자상했던 왕 아무개 씨(가명). 그러나 그는 수정 씨가 임신하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수정 씨는 "임신하고 나서 태도가 돌변했죠. 저한테 막 대하고 욕하고 그랬죠. 대출을 많이 받게 하고"라고 말했다.
달콤한 사랑을 속삭였던 왕 씨는 어쩐 일인지 수정 씨가 임신을 하자 그녀 명의로 대출을 받으라고 했었고 한다. 가정을 함께 꾸리기로 했던 만큼 별다른 의심 없이 왕 씨의 요구를 들어줬다는 수정 씨. 하지만 기다림 끝에 그녀에게 돌아온 건 7000만 원이 넘는 빚과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왕 씨가 아내 수정 씨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 충격적인 건 왕 씨에겐 앞서 또 다른 '가족'들이 더 있었고 이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점이다.
왕 씨의 전(前) 장모 송 아무개 씨(가명)는 "우리 식구들 몽땅 죽은 거야. 딸 신용 죽어버렸지. 두 살배기 양육비도 안 주고"라고 말했다.
왕 씨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지수(가명)의 외할머니 송 씨는 왕 씨 얘기에 치를 떨었다. 16년 전 처가댁 식구들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벌이다 빚과 아이만 남긴 채 사라졌다는 왕 씨, 그와 4년간 결혼생활을 했다던 조 아무개 씨(가명) 역시 임신한 후 심해진 그의 가정폭력에 이혼을 결심했고 그 후 빚더미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 임신, 빚더미가 몇 번째 반복되고 있는 왕 씨. 오죽하면 그의 큰아들은 아빠를 '배드 파파'라며 조심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내들이 임신할 때마다 금전적인 요구를 해왔다는 그에게 아이들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배드파파 왕 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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