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온 2023년 계묘년. 앞으로도 쭉쭉 풀려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신중하게 고른 새해 첫 끼는 햇빛을 받으면 눈이 부시게 빛나는 갈치 한 상이다.
당일 새벽 갓 잡은 갈치를 경매를 통해 매일 받는다는 이곳. 그 길이만 해도 무려 1m에 다다른다는다. 특대 사이즈 갈치를 위해 특별히 화구와 냄비까지 직접 제작했다는 고기문 씨 (51)는 갈치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살리기 위해 간수를 뺀 굵은소금으로 절였다 깨끗하게 씻어서 굽고 조림을 만든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조금 삼삼하다고 느낄 수 있다지만 진짜 생선 맛을 아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각나는 맛이란다. 가게를 운영한 지는 10년 차가 되었다는 기문 씨.
사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소유의 방 한 칸도 없을 정도로 꿈 없는 시절을 보냈다는데 하지만 결혼 후 태어난 딸의 자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해 3년 동안 알바와 식당 일을 겸하면서 메뉴를 연구해서 가게를 차렸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하니 그것은 내 자식에게 먹일 수 없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 것. 그 결과 밑반찬 하나도 매번 주문이 직접 들어오면 바로바로 무치고, 버무리고, 튀겨낸단다.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상에 담아낸다는 만큼 오메기떡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으로 후식까지 야무지게 즐길 수 있다는 갈치 한 상의 든든함으로 올 한 해를 든든하게 시작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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