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이 2018년 J&W파트너스에 피인수된 후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SK그룹 계열사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NICE신용평가는 J&W파트너스의 SK증권 인수 당시 “매각 이후 장기적으로 SK 계열사 관련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SK증권의) 시장 지위가 높지 않고, 최근 증권업 규제 환경도 중소형 증권사에 다소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우려와 달리 SK증권은 매각 후에도 SK그룹과의 인연을 놓지 않았다. SK증권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기업공개(IPO·상장) 인수단을 맡았고, SK리츠의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SK증권은 다수의 SK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물론 SK증권이 SK그룹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다. SK증권은 지난 몇 년간 트리니티자산운용, PTR자산운용, MS상호저축은행 등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덕분에 SK증권의 영업수익은 2018년 5343억 원에서 2021년 1조 652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SK증권은 2022년 1~3분기에도 영업수익 1조 170억 원을 거둬 2021년의 수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SK증권의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SK증권은 그간 지점 기반의 투자 중개 영업 활동에 주력해왔다. 이 때문에 고정비가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의 국내 지점수는 25개에 달한다. 2022년 9월 기준 자산 규모가 SK증권과 비슷한 IBK투자증권과 부국증권의 지점 수는 각각 7개와 5개에 불과하다. 자산이 1조 원 이상 많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지점 수는 2개뿐이다. SK증권의 2022년 1~3분기 영업이익은 8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84%이다. 업계 선두권을 다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32%, 3.28%, 2.43%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리 상승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권사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SK증권으로서는 특히 민감한 문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증권은) 리테일 시장 지위 유지를 위해 비교적 많은 수의 지점과 인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판관비 부담이 높고, 이익창출 능력이 미흡하다”며 “고정비를 커버할 정도의 충분한 수익규모가 창출되지 못하는 가운데 소송비용 발생 등 크지 않은 이슈에도 영향을 받는 등 이익구조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규희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도 “(SK증권의) 수익성 저하폭은 업계 평균 대비 큰 수준으로 부정적 업황요인에 대한 대응능력이 열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서는 SK증권과 SK그룹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2021년 1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했다. SK증권은 두 차례 모두 공동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SK텔레콤이 2022년 4월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미래에셋증권만 주관사로 선정해 뒷말이 나왔다. 다만 SK텔레콤은 2022년 8월 회사채 발행 당시 SK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다시 선정했다. 이밖에 SK(주)는 2022년 9월 NH투자증권을 통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SK그룹 계열사 회사채에서 SK증권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로 알려졌다.
SK증권의 ‘SK’브랜드 사용 기간은 2023년 12월까지다. 구체적인 사용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간 1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의 2022년 1~3분기 순이익이 70억 원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SK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기업 이미지) 개발이나 교체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 또 SK그룹이 SK증권과 브랜드 사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그만큼 양사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금융권 일각에서는 J&W파트너스의 SK증권 매각설이 흘러나온다. J&W파트너스는 PEF 운용사인 만큼 조건만 맞으면 매각에 큰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판관비율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전사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 자본잠식에 이르는 증권사들의 경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SK증권 관계자는 “SK 브랜드 사용 계약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고, SK그룹과의 관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다”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회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산관리, 증권사의 본업인 투자, 디지털 사업, ESG 영역의 사업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으며 과거 자율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임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불황에 우리금융 주목 받는 내막
증권가에서는 최근 우리금융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이전부터 증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조만간 증권사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후 현재까지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증권·보험·벤처캐피탈(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유안타증권 매각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유안타증권은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위탁하거나 직접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외에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등도 매각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증권업계에서는 불황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M&A 시장에 증권사가 매물로 하나둘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최근 좋지 않은 증권업계의 분위기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증권사의 수익이 줄어들면 그만큼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고, 증권사 M&A 매물이 늘어나면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현재의 증권업 부진 및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급락이 인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의 과감한 투자 행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중대형 증권사를 선호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한 후 우리종합금융과 합병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가 M&A 시장 매물로 나오면 여러 조건을 검토한다”면서도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고 관찰을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