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 아닌 신분증 사진 공개, 현재 모습과 달라…취재진 앞에서도 최대한 얼굴 가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파주 택시기사 및 동거녀 살인 사건 초기에 한 발언인데 실제로 경찰은 12월 29일 이기영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여기서 추가 제보란 추가 범행의 존재 여부를 의미한다. 이수정 교수는 “이미 두 명을 살해했다. 그런 정도까지 대담함을 지녔으면 희생자가 더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는데 다양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경찰 수사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확대되고 있다. 그렇게 신상정보는 공개됐지만 이기영의 최근 모습은 공개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머그샷(범인 식별을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 공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1년간 이기영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380여 명과 연락을 시도해 이 가운데 95%가량과 연락이 닿았다. 1월 2일까지 대략 10여 명과 연락이 되지 않았는데 통신사 문제 등으로 확인이 늦어지고 있을 뿐 추가 피해자로 의심될 만한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정보가 공개됐지만 기대했던 추가 제보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에 이기영의 추가 범행이 없어 더 이상의 추가 제보도 없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온라인에선 경찰 신상정보 공개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이기영의 사진은 2022년 발급받은 운전면허증 사진으로 비교적 최근 모습이지만 검거돼 있는 현재 얼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목격담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이기영이 12월 25일 새벽 4시 30분 즈음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다 다친 상황의 CC(폐쇄회로)TV를 단독 공개했다. CCTV에서 이기영은 파마와 염색을 해 공개된 운전면허증 사진과 전혀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으며 안경까지 쓰고 있었다. 동일인물로 보기 힘들 만큼 다른 모습이다.
외국처럼 피의자가 체포된 뒤 수사기관에서 촬영하는 ‘머그샷’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은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의 2항에서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명시적으로 머그샷 공개를 금지하진 않았지만 ‘피의자 인권 고려’를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피의자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현재 모습이 담긴 머그샷은 피의자가 거부할 경우 공개할 수 없고, 신분증 증명사진만을 공개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일산동부경찰서는 머그샷이 아닌 운전면허증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에 앞서 사진을 새로 촬영할 의사(머그샷 공개 여부)를 물었지만 이기영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운전면허증 사진과 이름, 나이 등으로 이기영을 알아 볼 수 있지만 짧게 만난 사이는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노래방에서 손님으로 이기영을 만난 도우미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 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이런 장소에서 한두 번 짧게 만난 이들의 제보가 중요하다. 12월 25일 새벽 술자리에서의 상황은 언론에 제보가 접수돼 CCTV까지 공개됐는데 이는 검거 직전이라 목격자들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으로 수개월 전 일이라면 기억이 흐릿해 제보가 쉽지 않다.
이기영은 12월 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 쓰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노출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라 사진에 얼굴이 찍혔을지라도 모자이크 처리가 돼 보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월 4일 다시 이기영이 취재진 앞에 섰다. 검찰 송치를 위해 오전 9시께 일산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를 나선 이기영은 이번에도 얼굴을 꽁꽁 가렸다. 롱패딩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얼굴 대부분을 머리카락과 마스크로 가리고 있었다.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졌지만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고유정만큼은 아니었지만 이기영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활용해 롱패딩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네티즌 수사대’의 이기영 신상털이도 계속되고 있다. ‘이기영 페북 사진’ ‘이기영 옛날 사진’ 등의 게시물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이를 통해 이기영의 부사관 임관 당시 사진, 평상복을 입고 있는 사진, 친구들과 함께 있는 사진 등이 거듭 올라오는 것. 누군가 이기영의 소셜미디어(SNS)로 추정되는 계정의 사진을 찾아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결혼 이력 등 이기영의 과거 행보에 대한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행위는 ‘공익을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위험할 수 있다. 특정강력범죄법이 경찰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일반인의 무분별한 신상털이는 위법 소지가 크다. 이처럼 당사자의 사진을 동의 받지 않고 온라인에 게재하는 행위 자체도 위험한 데 욕설이나 심한 비난성 글까지 더해지면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이기영 등장 이후 온라인에선 사형 집행 여론도 뜨겁다. 계곡살인 사건의 이은해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며 공범 조현수는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또한 ‘노원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 역시 1심과 항소심, 대법원에서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돼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김태현에 대해 “사형 선고가 마땅하나 오랜 기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형제가 형벌의 실효성을 상실한 현재의 시스템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거듭되는 강력범죄에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앞세운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했다. 법적으로는 사형제가 폐지되지 않았고 집행만 이뤄지지 않고 있는 터라 현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사형을 집행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사형 집행을 공약으로 내세운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두테르테 식”이라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15일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사형제 모라토리엄(집행 중단)’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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