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경영권 변경·횡령·자금조달 문제 등으로 이미 내부 곪아…이선빈 “논란 만들고 싶은 것 아니냐”
1월 4일 새벽 이선빈은 자신의 인스타스토리에 "이 새벽에 무슨 일이죠?"라는 글과 기사 내용 캡처본을 게재했다. 앞서 같은 날 자정 한 매체에서 이선빈의 거짓 증언 의혹을 제기하며 "2017년 패소한 소속사는 결국 상장 폐지"라는 부제를 달아 보도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선빈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으면 처벌을 받아야지 논란으로 되겠나. 논란을 만들고 싶으신 게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더팩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선빈은 그가 거쳤던 소속사들간의 법정 다툼에서 참고인과 증인으로 참여해 같은 사안에 진술과 증언을 번복했다. 먼저 2017년 이매진아시아가 이선빈의 전 소속사 웰메이드예당의 전 회장 겸 최대주주였던 변 아무개 씨에 대해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당사 소속 연예인(이선빈)과 의도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뒤 별도의 회사인 더블유와이디엔터테인먼트(더블유와이디)를 설립해 빼돌렸다"며 고소한 사건에서 이선빈은 "더블유와이디는 변 씨와 관계가 없다"고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4년 뒤, 이번에는 변 씨가 더블유와이디의 소유권을 놓고 전 더블유와이디 대표 서 아무개 씨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 변 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더블유와이디는 변 씨의 것이 맞다"고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앞서 여러 건의 형사와 민사 사건에서는 더블유와이디는 서 씨가 설립한 회사이고 변 씨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선빈은 "그전 이매진아시아와의 첫 소송에서 변 씨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진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두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데엔 문제의 소속사가 웰메이드예당, 이매진아시아, 웰메이드스타이엔티, 더블유와이디로 여러 차례 이름을 바꾸거나 새 회사를 설립한 탓이 있다. 먼저 2013년 배임 횡령 의혹을 받던 변 아무개 전 웰메이드예당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웰메이드예당은 그의 친동생인 변 씨가 인수해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변 씨는 170억 원 규모의 웰메이드예당 지분을 청호컴넷에 매각했고, 최대 주주가 바뀜에 따라 2016년 6월 사명도 이매진아시아로 변경됐다.
그러나 같은 해 변 씨의 약 25억 원 상당의 배임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매진아시아가 변 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매진아시아는 변 씨가 새로 엔터사를 설립한 뒤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빼돌린 정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매진아시아 측에 따르면 이선빈은 2015년 3월 27일부터 2020년 3월까지 웰메이드예당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이매진아시아는 이 같은 전속계약 내용을 승계할 것을 포함해 인수합병했으나 변 씨가 지분을 넘기기 직전 일부러 전속계약을 해지한 뒤 새 회사인 더블유와이디와 신규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이후 이매진아시아는 이선빈과 함께 새 소속사로 넘어갔던 진지희와 윤서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변 씨는 "더블유와이디는 내 소유가 아니며 고의로 소속 연예인들을 빼돌린 적도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빈 역시 변 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진술을 하면서 2018년 변 씨에 대한 고소 3건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으며 항고 역시 기각됐다. 이선빈의 진술이 결정적은 아니었어도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매진아시아가 상장폐지 됐다는 결론에는 의문이 따른다. 2017년 변 씨와의 법정다툼이 불거진 후 이매진아시아는 회사 안팎의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지면서 증권가와 연예계 뉴스에 오르내린 바 있다. 2018년 초에는 가수 비의 미국 공연 관련 분쟁에서 이매진아시아의 전 자회사이자 비의 미국 공연을 담당했던 스타엠의 공연 취소에 따른 손배소 패소건으로 인해 50억 원의 지급명령 결정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청호컴넷의 인수 후 드라마 제작과 해외 판권 판매·배급 등으로 활로를 넓혔지만 손실에 비해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영상 콘텐츠 사업 분야의 제작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컸던 탓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8월 청호컴넷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주식 1011만 7925주를 283억 3000여 만원 상당에 주식회사 컨버즈에 양도했고 2019년 초까지 경영 안정성을 회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드라마와 예능, 해외 방송사와의 합작 프로그램 제작 소식을 알리며 선전했으나 같은 해 5월 경영진의 94억 5000만 원 상당의 횡령 의혹이 불거지며 피소되기에 이른다.
이후 이매진아시아는 유상증자 발행 주식 수와 발행 금액을 20% 이상 변경하고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을 거짓 또는 잘못 공시한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측으로부터 벌점 18점과 공시 위반 제재금 5000만 원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경영진들 간의 고소는 사흘 만에 취하됐으나 결국 이매진아시아는 2021년 2월 상장폐지됐다. 이선빈이 거론된 재판 결과의 나비효과 탓이 아닌 사측 내부의 곪은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선빈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저 때문에 상장폐지요? 제가 저렇게만 얘기를 했다고요? 그 회사에 대해서, 저 재판 건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보시고 기사 써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매진아시아의 '횡령 사유 발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결정' 등이 기재된 기사와 함께 "(이매진아시아는) 이러한 이유로 상장폐지가 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선빈의 소속사인 이니셜엔터테인먼트는 "이번 보도에 대해 추가적인 공식입장을 낼 계획은 현재로썬 없다"고 일축했다. 이선빈은 현재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2'에 출연 중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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