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I는 누구의 것인가
APPI의 주력 제품은 식품 브랜드 ‘옥류관’을 사용한 밀키트다. APPI의 주요 제품으로는 ‘옥류관 군만두’ ‘옥류관 왕만두’ ‘옥류관 물랭면’ ‘옥류관 비빔랭면’ 등이 있다. 아태협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APPI가 ‘아태협의 수익 법인’이라고 설명해왔다. APPI가 옥류관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태협이 북한 측과 관련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었다. 옥류관은 북한 평양특별시에 위치한 유명 음식점이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APPI는 2016년 설립됐지만 실질적인 사업은 2021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옥류관 밀키트 사업을 시작으로 대전광역시에 옥류관 분점 개장을 추진했다. 또 안 회장은 북한으로부터 대동강맥주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 회장은 최근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아태협은 APPI 주식을 보유했던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연결고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태협의 이사진 중 APPI의 이사를 겸했던 사람이 적지 않다. 안부수 회장도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을 APPI 회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태협은 그간 쌍방울그룹과 KH그룹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후원을 받았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이나 KH그룹 역시 APPI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APPI의 정확한 지분 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안부수 회장 일가가 경영에 깊게 관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APPI는 2020년 7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안 아무개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안 씨는 1993년생으로 당시 만 27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안 씨의 거주지는 안부수 회장의 거주지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부수 회장과 안 씨가 가족 관계인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APPI는 어디에 있는가
안부수 회장이 구속되면서 아태협의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아태협이 추진했던 옥류관 분점이나 북한 상품 판매점 설립 등과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아태협 홈페이지도 서비스 기간이 만료돼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APPI의 사업은 중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도 온라인을 통해 APPI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APPI는 지난해 10월 증자를 단행해 발행주식 총수를 7만 주에서 11만 주로 늘렸다. 증자 이후 APPI의 자본금은 장부가액 기준으로 7000만 원에서 1억 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APPI 이사진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APPI 대표를 맡았던 안 씨는 지난해 9월 사임했다. 이어 아태협 평화협력 단장 출신의 윤 아무개 씨가 후임 대표로 취임했지만 윤 씨 역시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윤 씨의 사임 직후 APPI는 네 명의 사내이사와 한 명의 감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새롭게 취임한 이사들은 아태협과 특별한 인연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APPI는 지난해 12월 사명을 ‘코리안옥류관’으로 변경했다. 아태협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APPI가 정확히 어디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APPI의 본사는 쌍방울그룹 용산 사옥 5층이다. 일요신문은 지난 4일 쌍방울그룹 용산 사옥을 방문했지만 APPI의 사무실은 찾을 수 없었다. 사옥의 한 직원은 “APPI는 예전에 사옥에 입주했었는데 한 달 정도 전에 나갔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상법에 따르면 법인은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법인등기부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반영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아태협과 APPI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아태협에 2000만 원 후원한 까닭
KDB산업은행(산은)이 2020년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에 20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아태협에 후원한 기업은 대부분 쌍방울그룹 계열사 아니면 KH그룹 계열사였다. 아태협에 후원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산은이 유일하다.
아태협은 불법 대북 송금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아태협의 대북 송금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가 아태협에 수십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는데 이 중 일부가 북한에 흘러갔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시절 공기업 차원에서 아태협을 후원한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가 북한과의 경협 창구로 내세웠던 아태협을 통해 2018년 12월 김영철 전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7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의 주선 혹은 방조 없이 민간단체 아태협이 북한공작총책 김영철 전 부장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일이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은 아태협의 불법 대북 송금 관련 의혹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태협이 당시 ‘K-방역 기자재 전시회’를 개최했고, 산은도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판단해 후원을 한 것”이라며 “아태협이 먼저 후원을 요청하지는 않았고, 우리가 직접 발굴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