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뱀파이어는 기력과 체력을 빼앗습니다.” 일본의 심리상담사 이시바시 노리코는 이렇게 언급했다. 에너지 뱀파이어는 일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성격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는 상대와는 다르다.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에게 발산함으로써 후련함을 느끼는 것. 반면 이들에게 시달린 사람은 피곤해지고, 우울감을 느끼며, 기분이 가라앉게 된다.
노리코 씨에 의하면 “최근 에너지 뱀파이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에너지 뱀파이어가 증가한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만약 공격적으로 당신의 말을 끊고, 비난하고, 조종하려고 든다면 그 사람은 에너지 뱀파이어일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5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① 자존감 도둑형
사소한 일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고 비난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도 소용 없다” “넌 그래서 안 돼” 등등 공격적인 말로 당신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요컨대 열등감을 심어줌으로써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함으로써 본인은 우월감을 맛본다.
② 수다쟁이형
달콤한 말로 꼬드겨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정작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유형이다. 대화 중에 끼어들 틈도 주지 않아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애초 이들은 상대방이 지루한지, 기분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이 맞장구를 쳐주면 자기 자랑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약속을 거절하는 것이 최선. 어렵다면 시간을 짧게 정해서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③ 동정심 갈구형
자신이 불쌍한 사람이라고 어필한다. 자책도 심하다. 세상 억울한 일은 혼자 다 겪는 것 같다. 부정적인 사람을 상대하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되므로 에너지를 많이 뺏긴다. 설령 동정심이 생겨 이들을 위로해준다 해도 어차피 다음에 만나면 또 다른 불평을 들고 온다.
④ 나르시시스트형
모든 상황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걸 해달라’ ‘저걸 해달라’ 요구사항도 많다. 시간이나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일은 남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화려하고 눈에 띄는 역할만 도맡는다. 언제나 본인 기준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른다. 요구에 응해주면 더 휘둘리게 된다.
⑤ 통제자형
자신의 방식대로 타인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상대가 받아주면 에너지를 얻고 건강해진다. 답을 정해놓고 본인이 생각한 답이 나올 때까지 추궁한다. 그래서 이들과 대화하면 무시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노리코 씨에 의하면 “에너지 뱀파이어는 상냥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귀찮은 권유에도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먹잇감이 되는 것. 더욱이 상냥한 사람의 경우 타깃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굶주린 ‘적’을 위로해주다가 지쳐간다. 노리코 씨는 “에너지 뱀파이어와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컨디션까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력을 갉아먹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불편함을 억누르고 사이좋게 지내봤자 스트레스만 쌓인다. 에너지 뱀파이어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노리코 씨는 “정중하고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차피 뱀파이어는 당신에게 거절당해도 다음 표적을 찾는다. “거절할 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 만나는 빈도를 줄여나가고, “몇 분만 시간이 된다”며 한정하는 등 조금씩 에너지 뱀파이어와 거리를 두는 법을 궁리해야 한다. 또한, 동정이나 공감을 깊이 하지 말 것.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도 제대로 말동무가 되어주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서는 에너지를 뺏을 수 없구나’라고 상대는 포기한다.
에너지 뱀파이어와 만난 후 피곤함을 느꼈을 땐 기분전환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향기를 맡는다든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바로 재충전해 기운을 되찾자. 상대에게 휘둘리지 말고 단단하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아울러 나 또한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혹시 나도? 에너지 뱀파이어 체크리스트
나도 누군가에게 에너지 뱀파이어일지 모른다. 아래 체크리스트 중에서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 자가 진단해 보자.
□ 징징거리고 불평불만을 자주 한다.
□ ‘하지만 그래도’ 변명하는 경우가 많다.
□ 항상 누군가와 함께 행동하고 싶어 한다.
□ 다른 사람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다.
□ 부정적인 성격이다.
□ 무심코 자랑을 해버린다.
□ 내 편으로 만들어야 안심된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당신은 에너지 뱀파이어일 확률이 높다. 또한 비록 하나라도, 그 항목의 언동이 극단적이라면 에너지 뱀파이어일 가능성이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