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내용과 달리 피해자 보호 없다는 주장도…샤넬코리아 “징계 내렸으나 법원이 무효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넬코리아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A 씨를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이전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진 데 이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샤넬코리아 대형 프로젝트에 담당자로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11월 3대 명품 중 하나인 샤넬코리아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 임원 A 씨는 12년간 여성 직원들을 상습 성추행했다. 파악된 피해자만 15명.
샤넬코리아에서 약 10년간 일했다는 피해자 B 씨는 2020년 11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악수하면서 깍지를 낀다든지 악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손을 꽉 잡는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어깨랑 손을 만질 때 주물주물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고 팔 안쪽을 ‘어디까지 만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졌다”며 “브래지어 끈을 만지거나 명찰이 삐뚤어졌다고 하면서 가슴 부분을 만지는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고 진술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9일 A 씨의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벌금 300만 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판결 이후 샤넬코리아를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여성 고객이 주를 이루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사건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사건이 알려지기 전과 같은 부서에서 임원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A 씨에 대해 이슈 발생 시점부터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인사위원회에서 사내 규정 및 관련 법규에 의거해 합당한 징계처분을 내렸다”며 “A 씨가 사측에 징계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사측의 징계사유가 정당하지 않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즉, 재판부에서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A 씨에 대한 사측의 징계를 무효화 시킨 것이다.
내부 관계자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 등에 따르면 A 씨는 더욱이 샤넬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 프로젝트 담당자로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오는 3월 25일까지 북촌 휘겸재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샤넬 향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향수 관련 이벤트부터 구매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샤넬코리아 측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을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했다는 사실에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A 씨가 평소 실적을 잘 내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그래서 투입한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샤넬코리아지부 관계자는 “A 씨와 피해자가 지금도 한 사업부 안에서 근무하면서 마주치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노출됐음에도 사측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언론 보도까지 내며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에 담당자로 앉힌 것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충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샤넬코리아지부는 지난해 말 유죄 판결을 받은 A 씨에 대한 사측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성명문을 발표했으며 해당 성명문은 샤넬코리아 직원 450여 명이 서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샤넬코리아 측이 성추행 사건 발생 후 취업규칙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요신문i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샤넬코리아 취업규칙’(2019년 7월 1일자)에 따르면 ‘제14장 남녀평등 및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제48조 제7항에는 “제48조 제5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회사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직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언급된 제48조 제5항에는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직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직원이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2021년 8월 ‘명품기업 샤넬이 직장 내 성희롱을 대하는 자세·사내 성희롱 근절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에서 “샤넬코리아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와 신뢰 관계가 없는 외부 조사기관(법무법인)에 일방적으로 사건 조사를 맡겨 사건을 진술하게 해 피해자들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취업규칙 제48조 제5항과 제48조 제7항이 지켜지지 않은 셈.
샤넬코리아 취업규칙은 지난해 말 일부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개정된 취업규칙에도 ‘남녀평등 직장 내 성희롱 예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1월 중 노동청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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