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 성과 없는데 입사 1년 반 만에 임원 자리 올라…“경영수업 본격화” “승계 논하기 일러” 의견 분분
재계에서는 담서원 상무의 승진과 관련해 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담 상무의 낮은 지분 등을 고려하면 아직 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입사 1년 6개월 만에 임원이 될 만큼 성과와 능력이 탁월하냐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다.
담서원 상무는 1989년생으로 뉴욕대학교 졸업 후 베이징대학교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2020년 하반기 카카오그룹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입사해 재무팀 사원으로 근무했다. 2021년 7월 오리온그룹의 경영관리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경영관리팀은 국내외 법인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그룹 핵심부서 중 하나다. 오리온은 담서원 상무의 승진을 위해 ‘경영관리’ 담당 임원을 신설했다. 담 상무는 경영지원본부 산하에서 기획, 사업 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오리온그룹이 발표한 2023년 정기인사를 살펴보면, 박종율 러시아법인 대표이사는 러시아법인 고성장세에 기여해 전무로 승진했다. 사우랍 세이스 인도법인 대표이사와 징베이 중국법인 마케팅팀장은 첫 외국인 임원으로 선임됐다. 담서원 상무를 제외하곤 대부분 해외사업장 위주로 실적을 올린 인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오리온의 2022년 11월 국가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한국 25.2%, 중국 27.6%, 베트남 42%, 러시아 145% 등 전 지역에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한국 26.1%, 중국 125.8%, 베트남 27.7%, 러시아 145% 증가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방역정책 완화에 따라 내수 소비 반등 시 실적 개선이 빠를 것”이라며 “2023년에는 전 카테고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온 오리온이 경영 승계와 관련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 담 상무 승진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리온의 2023년 영업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 대비 매출액은 5.1%, 영업이익은 9.9% 성장할 것”이라며 “일부 원가부담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에도 이익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12월 27일 오리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국내 제과시장 2위의 시장 지위가 공고한 가운데 초코파이 등 국내 인기 제품과 성공적인 시장 안착 등을 통해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해외 영업 기반을 더욱 강화했다”며 “2019∼2021년 영업이익률이 평균 16.3% 수준으로 외형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승계를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담서원 상무는 2017년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출범 때 출자에 참여해 1.22%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8년 담철곤 회장에게 오리온 지분 1.1%를 증여받아 오리온홀딩스(37.37%), 이화경 부회장(4.08%)에 이은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분율이 낮아 갈 길이 멀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34세로 젊고 이제 막 상무로 승진했기 때문에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낸 다른 임원들의 승진과 달리 입사 1년 반 만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오너 회장 장남의 승진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만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담서원 상무는 입사 후 물류사업을 맡아왔다. 2022년 4월 오리온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인공지능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할 당시 담 상무가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협약을 통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리점, 영업소 등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물류창고, 영업차량 운용 등 인프라 관리가 체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담 상무와 비슷한 나이대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1990년생으로 2013년 그룹 공채에서 신입사원으로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입사 4년 만인 2017년 부장으로 승진,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팀을 거쳤다. 2019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정직 처분을 받은 후 2021년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식품전략기획1 담당 경영리더를 거쳐 2022년 10월 인사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선호 실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0년 가까이 CJ제일제당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담 상무와 차이를 보임에도 초고속 승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리온은 오너만의 기업은 아닌 상장기업이기에 주주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해당 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회사 경영을 잘할 수 있을 것인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서 초고속 승진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혜섭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부위원장)는 “오리온은 공개기업이지 담 회장 일가의 것이 아니다. 입사 1년 6개월 만에 상무가 될 인재가 지배주주 일가에서 나왔다면 경사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개기업으로서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경영지원팀 소속 수석부장으로 국내외 법인의 경영전략, 사업계획 수립 및 관리 등 실무를 맡으며 2022년 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며 "내부 승진 이유가 명확히 있고 내부 소통 능력도 탁월했다"고 담 상무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편법 승계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는 것도 담 상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3년 담서원 상무는 홍콩에 ‘스텔라웨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후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아이팩의 중국 자회사 ‘랑방애보’를 215억 원에 인수했다. 이 시점에 담 상무는 군 복무 중이었다. 이후 담 상무는 랑방애보를 다시 오리온 중국법인 ‘오리온푸드’에 매각했고, 이때 8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였다. 논란이 되자 오리온재단에 시세차익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절반 정도만 기부가 이뤄진 상태다. 앞의 오리온 관계자는 “공익법인으로 출연금을 3년 이내 공익목적사업에 전부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남은 차익은 오리온재단의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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