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파크 포레온’ 최대 수혜 꼽히지만 전반적인 하락세 반전 어렵고 PF 부실 우려도 여전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3개월(2022년 9∼11월)간 서울 주택가격은 평균 2.59%, 경기도는 3.68% 하락했다. 서울에선 노원구(-5.47%)와 도봉구(-4.11%), 경기에선 광명(-6.85%), 하남(-4.36%), 과천(-3.75%)의 하락폭이 컸다. 집값이 급락하면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 부담도 커진다. 깡통 전세로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어나면 이는 다시 집값을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는 게 이번 정부의 규제완화 배경이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에서 다주택자 중과세가 사라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청약 재당첨 기한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5∼10년의 전매제한 규제와 2∼3년의 실거주 의무 등도 사라진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취득·보유·처분 등 주택거래의 모든 단계에서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다주택자라고 불이익을 주지 않을 테니 감당할 수만 있다면 대출을 일으키더라도 얼마든지 집을 사라는 뜻이다.
규제지역 해제로 LTV가 높아져도(50→70%)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40%)로 소득이 낮은 이들은 대출 한도가 더 늘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이자부담이 늘어 원금을 더 갚아야 할 차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설령 정부가 DSR 규제까지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까지 넘는 상황에서 중산층·서민은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더 빌릴 여력이 거의 없다. 물론 현재 정부는 가계 빚 증가를 막기 위해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번 규제 완화의 효과는 매물 확대다. 매매 자체가 실종된 현재 상황에서 무리해서 집을 산 이들이 빚을 갚기 위해 보유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다. 매물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고 투자매력이 높아지면 자금 여력이 있는 이들이 매수로 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DSR에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은 규제완화로 돈을 더 빌릴 여지가 커졌다. 분양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잠재 매수자들도 높아진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만큼 가격이 충분히 내리길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애초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지역을 규제지역에서 우선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근 미분양 물량마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쌓이자 해제 지역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아파트단지가 될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주목받는 곳이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다. 정부가 이번에 규제지역 해제 범위를 넓히면서 전 평형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졌다. 오는 1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일반분양 정당계약에서 미계약이 나올 확률도 낮아졌다.
하지만 아파트 미분양을 막는다고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우려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140조 6000억 원이다. 은행이 30조 8000억 원에 그치지만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무려 109조 8000억 원에 달한다. 2금융권이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아파트 사업장 비율이 은행은 66.6%에 달하지만 증권사는 21.6%, 저축은행은 15.1%에 불과했다. 2금융권은 주상복합이나 상업용 건물에 대출해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율도 2금융권이 뚜렷이 높다. 작년 3분기 기준 PF 대출의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비율은 증권사가 11.4%에 달한다. 저축은행 2.4%, 여신전문회사(캐피털사) 0.9%, 보험사 0.5%다. 은행권 PF 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이 0.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미 위험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증권, 캐피털,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 4개 업종의 올해 신용등급 방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PF 탓에 증권·캐피털·저축은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가 서울과 수도권인 만큼 상대적으로 지방 부동산의 매력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부진한 경기와 높은 금리 상황에서 그나마 규제 완화로 만들어진 매수여력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린다면 지방이 소외될 수 있다. 지방의 자산가들로서는 이번 규제 완화를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살 기회로 삼을 만하다. 지난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면서 나타났던 ‘똘똘한 한 채’ 추구 현상이 이번 규제 완화 국면에서는 ‘똘똘한 두 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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