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4월 감사보고서 기준 2021년 매출은 1조 2000억 원으로 전년(9200억 원) 대비 32%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00억 원으로 전년(1500억 원) 대비 6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약 1790억 원으로 전년(1060억 원) 대비 68% 올랐다.
서울 중구의 에비뉴엘 본점 샤넬 부티크 앞에서 만난 샤넬 구매 대기자 이 아무개 씨(여·40대)는 “성추행 사건 뉴스는 본 적 있다”면서도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하나지 않냐. 성추행이나 직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우리(소비자)는 샤넬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어서 ‘샤넬은 절대 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갖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유 아무개 씨는 “샤넬코리아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마음은 편하지 않다”면서도 “그런데 그런 일 때문에 샤넬을 살 기회가 있을 때 일부러 안 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사회적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고용인은 대체적으로 ‘을’이다. 그래서 갑을의 위치에서 봤을 때 을은 (샤넬코리아 피해자들을) 공감하지만, 갑에 속하는 부유층은 을처럼 회사에 고용돼 일하는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있어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능력이 낮다”고 설명했다.
소비층이 제한된 탓에 비윤리적 행위가 일어나도 샤넬코리아가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PC, 스타벅스코리아 등과 같은 기업은 전 국민이 자주 접하는 빵이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기업이기에 비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면 전 국민이 분노하고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그러나 샤넬은 소비층이 한정돼 있어서 사안이 심각해도 사회적으로 실감이 덜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샤넬코리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일부는 명품업계 본사에서 각국 지사 관리가 안 되기에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은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장 출신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샤넬코리아는 프랑스 샤넬 본사에서 시키는 걸 할 테고, 본사를 통해 온 외국인 대표이사는 본사에 보여야 실적을 위해 (본사에서) 지시 내려온 업무를 내부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처리할 것”이라며 “각국 지사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선 해당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호정 의원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가해자로 신고된 직원에 대한 신속한 인사조치가 없다는 것은 조직문화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샤넬코리아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성추행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