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곡점 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제시해 왔던 최재천 석좌교수와 이정동 교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두 석학이 만났다. 두 석학이 2023년 새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바로 '질문'이었다.
'신은 존재하는가?' '정말 지구는 우주의 중심인가?' '사과는 왜 직선으로 떨어지는가?' '하늘을 날 순 없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오랜 세계관을 뒤집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며 세상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그런 힘을 가진 '질문'들이 우리나라에선 태어나지 않는다.
이정동 교수는 '추격자'로서의 관습에 너무 익숙하진 나머지 질문하는 법을 잊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추격의 시대는 끝났고 우리는 선진국이 됐다. 지금 문제 해결자에서 출제자로 변모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밝은 미래는 없다고 이정동 교수는 경고한다.
최재천 교수는 '질문'할 필요가 없는 교육 현장을 꼬집었다. 누구보다 빨리 답을 찾는 기술만 가르치는 학교 교육 테두리 안에서는 결코 질문하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두 석학은 지금이야 말로 세상을 나아가는 방향타 '최초의 질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최초의 질문'이란 무엇이며, 왜 지금, 우리에게 '최초의 질문'이 필요한 것일까.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꾼 새로운 기술과 사상이 탄생하는 그 순간에 '최초의 질문'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자동차 스스로 모하비 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라는 다르파의 질문에서 탄생했다.
다르파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으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발굴해 첨단기술을 개발한다. 인터넷, GPS, 음성인식기술 등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혁신 기술의 대다수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 한 뒤에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다르파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초의 질문자는 그 시장의 개척자이자 지배자다. 게임의 룰을 바꾸면서 앞서 나갈 수 있다. 추격자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질문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세계다. 지금 우리에게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도전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만난 자율주행차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공학자인 '세바스찬 스런' 역시 질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강조한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질문'이 어떻게 혁신을 잉태하고 마침내 세상을 움직이는지 들어본다.
그렇다면 최초의 질문은 어떻게 탄생할까. 이정동 교수는 MIT 김상배 교수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관습을 뒤집는 엉뚱한 질문을 통해 '로봇의 유압 시대'를 종결하고 '전기 모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정동 교수가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최초의 질문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아본다.
2023년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끝나지 않는 전쟁,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 양극화,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 패권전쟁 등 난제가 산재해 있다. 지금까지는 질문하지 않고 선진국의 뒤를 쫒으며 성장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따라갈 리더국도 존재하지 않고 중국은 우리 턱 끝까지 쫒아와 있다.
뒤로 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선 우리도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나아가야 한다. 질문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대질문의 시대' 어떻게 해야 '최초의 질문'으로 가득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어떤 '최초의 질문'을 던져야 할까.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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