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로테이션으로 대립” 해명에 개입 논란 심화…김 “이런 식이면 어떤 감독이든 경질될 수 있어”
지난 5일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 경질 이후 첫 홈경기를 치렀다. 구단은 경질 이유로 들었던 '방향성'에 대한 추가 설명을 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의 설명은 '로테이션' 관련 문제였다. 경기 중 선수들의 배치를 놓고 권 감독과 전 단장 간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팬들의 의견'이라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신 단장은 "로테이션 문제에 대해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김연경과 옐레나가 전 후위에 나뉘어 있길 원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팬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단이 감독 고유 권한인 전략과 선수 운영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발언이었다. 그러면서도 "구단이 개입을 했다는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후 김연경은 구단의 행보에 반하는 의견을 내놨다. 김연경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권 감독의 경질 소식을 접하고 보이콧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다. 배구계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일이 정말 안타깝다"고 평했다. 이어 김연경은 "그런 이유로 경질했다면 더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런 식이면 어떤 감독이든 경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김연경이 11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다시 입었을 당시 '아름다운 재회'에 많은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불안한 동거'로 보는 시각이 일부 존재했다. 과거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해외리그 활동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바 있던 탓이다. 이번 감독 경질로 또 다시 관계가 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연경은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부끄럽다"며 "결국 구단은 말 잘 듣는 감독을 원한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다음 감독님이 왔을 때 우리는 이제 신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감독 경질 사태 이후 첫 경기를 치른 흥국생명은 '난적' GS칼텍스를 상대로 3-2(21-25 25-19 25-18 21-25 15-10) 승리를 거뒀다. 최근 일정에서 3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는 수석코치를 맡던 이영수 감독대행이 이끌었다. 권순찬 감독과 '사단'을 이루던 인물이다. 흥국생명은 전임 단장이 주장하던 것과 달리 김연경과 옐레나를 전위에 나란히 두고 승리를 거뒀다. 둘은 58점을 합작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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