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과정서 공약 발표 논란…김영훈 “허위사실” 박종흔 “나중에” 선관위 “관련 안건 선거 전 논의·결론”
#사전 선거운동 논란
2022년 11월 김영훈 박종흔 대한변협 후보는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와 보수 성향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에서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 두 차례 참석했다. 명목상 정책 토론회이지만, 사실상 한법협과 한변이 두 달 뒤에 있을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내보낼 이른바 여권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고 한다. 김영훈 박종흔 후보는 현재 각각 대한변협 부회장과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단일화 투표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두 번 모두 김영훈 후보가 승리했다.
단일화 투표 결과에 따라 현 대한변협 집행부는 대거 김영훈 후보 측에 합류했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김형준 대한변협 부협회장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대광 대한변협 사무총장 △김동현 대한변협 사무부총장 △김민규 대한변협 교육이사 △김진우 대한변협 정책이사 △허중혁 대한변협 공보이사 △최재윤 대한변협 홍보이사 △김기원 서울변호사협회 법제이사 △강정규 전 한법협 회장 등이 김 후보 측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로 알려졌다. 한법협과 한변, 현 대한변협 집행부가 김 후보 당선을 위해 힘을 모은 셈이다.
그런데 박종흔 후보가 후보등록 기간 마감 직전 입후보에 나서면서 단일화는 없던 게 됐다. 2022년 12월 24일 김영훈 후보는 ‘뉴스1’ 인터뷰에서 “당초 저와 박 후보는 현 집행부에서 단일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에 변호사 단체들을 불러 사전 토론회를 한 뒤 현장 투표로 다수 득표자가 후보로 나가자고 합의를 했다”며 “제가 2배 차이 득표 수로 압도적 승리를 했는데, 박 후보는 약속을 깨고 후보 등록 마감 30분 전에 입후보했다. 정말 신의 없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영훈 박종흔 후보가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두 후보가 11월 단일화 투표를 앞두고 참석한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취지로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선거규칙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협회장 및 대의원 선거규칙 제7조(선거일 및 선거운동기간)에는 협회장 선거운동기간은 45일로 하고 후보 등록 기간 종료일 다음 날부터 선거일 전날까지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 후보 등록 기간은 2022년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였다. 12월 2일부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훈 후보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허위사실이라 답변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흔 후보는 단일화 투표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면서도 “제주도 연수회에 와있다. 연수회 끝나고 연락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는 “김영훈 박종흔 후보 사전운동 의혹 관련한 안건을 1월 11일 논의할 예정”이라며 “위반 여부부터 제재 수위까지 16일 선거 전 결정해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 주요 인사 추천권
법조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대한변협 회장 선거 결과에 주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한변협 회장이 대법관, 검찰총장,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법조계 주요 인사들의 추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한변협 회장 임기 내에 대법관 14명 중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법조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사법부 인적 구성을 보수 성향으로 교체할 것으로 점친다. 2023년 1월 기준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대법관 14명 중 8명이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관 14명 중 13명,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교체된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여권 후보 중에서 당선되는 것이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 대한변협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논평을 수차례 냈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은 2021년 6월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를 두고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10월에도 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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