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총괄 프로듀서’ 원래 직함 내걸고 “4세대 아이돌 육성” 포부…대중 반감 변수, 업계는 기대감
1월 1일 자정, YG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YG NEXT MOVEMENT(와이지 넥스트 무브먼트)’ 영상을 통해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를 소개했다. 베이비몬스터는 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론칭 소식이 처음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1년 5월이었지만 약 1년 6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YG의 새 걸그룹이라는 점도 이슈였지만 대중들이 이 영상에 주목한 것은 양현석 전 대표가 등장해 소개를 맡은 부분이었다. 영상 속 양 전 대표의 이름 앞에는 ‘YG 총괄 프로듀서’라는 그의 사퇴 전 직함이 그대로 사용됐다. 옛 지위를 그대로 회복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활동하겠다는 사실상의 공식 선언이다.
양 전 대표의 사퇴가 있었던 2019년은 그를 둘러싼 모든 의혹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하던 시기다. 당시 양 전 대표는 해외 원정 불법 도박, 해외 재력가 상대 성접대·성매매, 소속 가수 마약 혐의 무마를 위한 관련인 협박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도박의 경우는 이듬해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고, 성접대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해외 재력가와 함께 모임 자리에서 유흥업소 여성들이 대거 동원됐고, YG 측이 이들을 부른 것이라는 폭로도 나왔으나 설사 실제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성접대나 성매매로 볼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는 게 당시 검찰의 결론이었다.
마약 사건에 얽힌 협박·강요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YG 소속 보이그룹 아이콘의 전 리더 비아이에게 마약을 판매한 전 아이돌 연습생 A 씨가 경찰조사에서 비아이를 언급하자 양 전 대표가 직접 A 씨를 YG 사옥에 불러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앞선 각종 의혹에 더해 이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양 전 대표는 결국 친동생인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와 함께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듬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는 2022년 12월 22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A 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양 전 대표가 A 씨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해악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무죄 판결 후 순차적인 복귀를 예고하기라도 하듯, 선고에 앞선 결심 공판에서 양 전 대표는 “연예인이자 음반 기획자로서 각별히 조심하고 살아온 점을 고려해 달라. K팝으로 한국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을 만나 “본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결국 양 전 대표는 신인그룹 베이비몬스터를 통해 보란 듯이 '양싸(양현석의 별명) 이즈 백'을 외치며 논란 전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같은 양 전 대표의 복귀는 대중들과 업계에서 각각 반반의 시선을 받고 있다. 대중들의 경우는 부정적인 반응이 특히 눈에 띈다. 소개된 베이비몬스터가 블랙핑크에 이어 신인 걸그룹의 또 다른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각종 의혹을 배제하더라도 별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못한 양 전 대표를 굳이 전면에 내세워 홍보했어야 하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양 전 대표는 이전부터 소속 가수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 임의대로 컴백 시기를 바꾸면서 활동에 제약을 거는 일 등으로 YG 소속 가수 팬덤 내에서 거센 항의를 맞닥뜨린 바 있다. 빅뱅이라는 막강한 그룹을 가졌던 2010년대 초반에는 이전에 SM엔터테인먼트가 그랬듯 출연을 무기 삼아 방송사 길들이기에 앞장섰다는 비판도 받았으며, 소속 가수나 스태프들이 일으키는 각종 범법 행위와 논란을 방치해 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었다. 비슷한 체급의 타 소속사에 비해 YG 소속 연예인들의 논란이 비교불가로 심각했다는 점도 소속사와 양 전 대표를 향한 비판에 힘을 실었다.
YG의 아이덴티티가 수장인 양현석 전 대표에게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가 나서서 소속 가수들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게 비판 측의 이야기다. 오히려 현 YG 소속 가수들에게서 ‘양현석과 구 YG의 색’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빅뱅 데뷔 이후부터 발생한 YG 내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소속사와 수장의 관리 능력 부실로 인해 불거진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으며 대중들의 불매 운동까지 일어났던 만큼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새 걸그룹 소개 영상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두고 “신인한테 양현석 묻히지 마라” “썩은 양싸 빼” “신인 홍보 영상으로 왜 자기 복귀를 홍보하냐”란 날선 댓글이 달리는 이유다.
반면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양현석의 YG’가 갖는 국내외 브랜드 가치가 여전하므로 그의 컴백은 결국 신인 걸그룹의 성공과 함께 논란 이전처럼 안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양 전 대표의 사실상 복귀 선언이었던 베이비몬스터 소개 영상 공개 후 YG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미 버닝썬 게이트, 성접대, 도박 등 의혹과 논란이 발생 당시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들의 반감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빅뱅 멤버 중 유일하게 YG에 남은 지드래곤이 6년 만에 솔로 활동에 나서고, 블랙핑크 지수 역시 솔로 데뷔가 예정돼 있어 양 전 대표의 복귀와 함께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특히 두 가수 모두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 해외 활동 수익도 눈여겨 볼 만하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대비 높은 성장세를 점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표를 포함해 YG가 다소 문제 많은 이미지로 굳어졌긴 하나 여전히 YG라는 브랜드에서 양현석을 떼놓고 생각할 순 없을 것”이라며 “양 전 대표가 4세대 신인 아이돌 그룹의 발굴과 육성에 힘쓰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베이비몬스터의 성적이 ‘양현석 체제 2기’의 성공 여부와 차후 양 전 대표의 활동 행보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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