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계열사 아이오케이는 지난해 8월 화장품 업체 제이준코스메틱 경영권을 확보했다. 앰버캐피탈코리아는 지난해 6월 이도헬스케어로부터 제이준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앰버캐피탈코리아는 아이오케이로부터 돈을 빌려 인수대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앰버캐피탈코리아는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담보로 잡혀있던 제이준코스메틱 지분 13.99%가 아이오케이로 넘어간 것이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9월 양재원 아이오케이 부사장을 제이준코스메틱 대표이사에 선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쌍방울그룹의 현 지배구조 형성에 기여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해 9월 칼라스홀딩스로부터 광림 지분 15.92%를 225억 원에 인수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광림 지분 인수 이후 쌍방울그룹은 ‘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제이준코스메틱→광림→쌍방울’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완성했다. 제이준코스메틱에 광림 지분을 매각한 칼라스홀딩스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쌍방울그룹은 제이준코스메틱 인수 후 자회사 매각 작업에도 들어갔다. 아이오케이는 2022년 8월 4일 제이준코스메틱 최대주주가 됐다. 15일 후인 2022년 8월 19일, 제이준코스메틱은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알에프텍 지분을 이도헬스케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350억 원이었다. 이도헬스케어에 넘어간 알에프텍은 이후 제이준코스메틱의 다른 자회사인 미용·의료기기 업체 디알씨(DRC)헬스케어와 광고대행 업체 에쓰씨컴퍼니를 인수했다.
해당 업체들은 이도헬스케어와 직간접적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신문은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이도헬스케어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알에프텍 관계자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자회사를 매각한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해당 자회사들은 제이준코스메틱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 받았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디알씨헬스케어와 에쓰씨컴퍼니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각각 29억 원, 18억 원이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89억 원으로 디알씨헬스케어와 에쓰씨컴퍼니는 제이준코스메틱 매출의 절반을 넘겼다. 특히 에쓰씨컴퍼니는 제이준코스메틱 자회사 중 몇 안 되는 흑자 기업이다.
디알씨헬스케어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6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그러나 제이준코스메틱이 같은 기간 연결 기준 3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디알씨헬스케어가 제이준코스메틱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디알씨헬스케어의 매출이 2021년 상반기 16억 원에서 2022년 상반기 29억 원으로 상승하는 등 실적은 성장세에 있다.
디알씨헬스케어의 주요 제품은 미용 의료기기다.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국내 미용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쌍방울그룹이 중국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디알씨헬스케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당장 (주)쌍방울은 중국에 생산법인 4개, 판매법인 2개 등 총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젊은 세대들의 미용 의료 수요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전까지 미용 의료 투자 판단 시 중국 수요에 주목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및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도 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제이준코스메틱은 최근 자회사 피노키오엔터테인먼트와 제이준필름을 설립했다. 두 회사 모두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모회사인 아이오케이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제이준코스메틱의 자본으로 쌍방울그룹 지배구조 형성 및 아이오케이와의 시너지 효과 등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기존 사업을 축소한 영향 때문인지 제이준코스메틱의 2022년 3분기 매출은 14억 원으로 2021년 3분기 67억 원 비해 80%나 줄었다. 지난해 20 대 1의 감자를 단행한 제이준코스메틱의 현재 주가는 6000원대 수준이다. 제이준코스메틱의 무상감자 결정 전달인 지난해 8월 주가가 900원대에 형성돼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쌍방울그룹 입장에서 순환출자 고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제이준코스메틱의 재무 안정성은 중요한 사안이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자회사 매각으로 어느 정도 현금을 확보했으므로 당분간은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매출이 크게 줄어든 만큼 새롭게 진출한 연예기획 사업에서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제이준코스메틱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자회사를 매각했다”며 “본업 경쟁력 하락 등과는 전혀 다르며 계열사 내 조력 상황 등을 고려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자 연예 관련 사업을 모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노키오엔터테인먼트의 설립은 화장품 산업의 경쟁 심화 등의 상황을 고려해 새롭게 수익 창출에 기여할 만한 방향으로 투자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피노키오엔터테인먼트는 사업 계획과 방향성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어느 정도 확정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는 수사 장사는 장사' 쌍방울의 올해 실적 전망은?
쌍방울은 검찰 수사를 받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실적은 상승세에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쌍방울의 매출은 별도 기준 2021년 1~3분기 683억 원에서 2022년 1~3분기 731억 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3분기와 2022년 1~3분기 모두 15억 원대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쌍방울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쌍방울의 지난해 1~3분기 매출 731억 원 중에서 77.9%인 569억 원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했다. 향후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신생 업체가 늘어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으로 국내 내의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쌍방울은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사업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쌍방울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쌍방울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중고가의 고부가가치 디자인 중심 상품과 차별화된 신소재 상품의 영역 확대 전략으로 전문점 및 대리점, 백화점 유통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확대시키고 있다”며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하는 소규모 업체는 낮은 인지도와 상품력 등으로 브랜드력 증대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