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벤트 등 ‘무력시위형 군사행보’에만 딸을 대동한 점이 대북 전문가들 관심을 받았다. 한 대북 소식통은 “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도발은 모두 북핵 문제와 연관이 깊은 요소”라면서 “북한 입장에서 핵은 외교·경제적으로 꼬여 있는 북한의 실타래를 풀 실마리로 여겨진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딸을 공개한 공간적 배경을 주목했다. 그는 “김주애로 추정되는 딸을 공개한 자리가 미사일 시험 발사 자리”라면서 “딸은 역대 최초로 공개되는 ‘백두혈통 4세대’였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딸과 함께 등장해 ‘핵미사일’이 미래세대를 먹여 살릴 핵심 매개체라는 점, 즉 북한 미래세대가 먹고살 일은 이 핵미사일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1월 5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북한 리더십을 주제로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었다. 웨비나에 참여한 수미 테리 미국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혼란과 체제붕괴는 없을 것”이라면서 “김정은 유고시 권력은 김여정으로 이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테리 국장은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로 김정은 동생이자 북한의 2인자”라면서 “김정은 자녀가 성인이 되려면 최소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2010년생 아들, 2013년생 김주애, 그리고 2017년생 아들 추정 자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아직 남성 중심 사회인 북한 특성상 김정은이 김주애를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우면서까지 후계구도를 빠르게 결정하진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역시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후계구도와 관련해선 자녀들의 개인적인 특성이 발현될 때까지 결정을 미뤄둘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만 놓고 봐선 장남과 막내아들의 경쟁구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들의 후계자 경쟁 레이스가 펼쳐지는 시점은 한참 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둘 중 누가 후계자에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먼저 무엇인가를 보여줄 기회는 장남에게 있을 것이고, 막내아들은 7년 터울만큼의 시간을 두고 그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장남의 기질에 따라 ‘백두집 막내아들’이 후계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김정은이 딸만 콕 집어서 외부에 공개한 것 역시 이런 맥락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고 전 부원장은 “권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들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정일도 자신이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후계자를 낙점하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 소식통에 따르면 아들 공개 시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 맞추기’ 차원 줄타기가 시작되며 김정은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뜨는 태양이 돼야 하는데, 석양처럼 비춰질 것을 우려한 행보란 분석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대동한 딸이 김주애가 맞다고 판단했다. 2022년 11월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에 데리고 나온 여아는 김주애로 판단된다고 확인했다”면서 “열 살 정도 여아로 보기에는 다소 커서 의혹이 있었지만, 키도 크고 덩치도 있다는 기존 국정원 정보와 일치해 국정원도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1월 5일 현안보고 당시 국정원은 김주애 등장이 4대 세습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부분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국정원은 김주애를 김정은 후계자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녀 중 누가 김정은의 뒤를 이을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면서 “김정은 건강상태에 따라 김정은 동생과 김정은 자녀 사이 경쟁구도가 구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