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청원-김무성 빅매치 후 분열의 늪으로…나경원 비토는 윤석열당 만들어가는 과정?
국민의힘 입장에선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 치르는 첫 전당대회다. 야당 시절 전당대회 키워드는 ‘정권교체’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았다. 그 결과 이준석 돌풍이 불었다. 여당 입장에서 치르는 전당대회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정치권 복수 관계자의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치러지는 첫 전당대회로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할 시험무대”라면서 “친윤 세력에선 전략적으로 교통정리를 마친 뒤 조직적으로 당대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윤 주자들을 향한 견제 강도가 세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나경원 비토기류’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1월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표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 일각에선 ‘나이(나경원·이준석) 연대설’, ‘나유(나경원·유승민) 연대설’ 등의 시나리오가 오르내린다. 나 부위원장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비윤계 핵심 인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이러다 유승민 전 의원까지 출마 선언을 하면 전당대회가 정말 혼돈의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이슈가 뜨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2014년 7월 14일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를 떠올리면서다.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는 ‘박심’을 등에 업은 서청원 전 의원과 ‘당심’을 등에 업은 김무성 전 의원 충돌이 일어났던 ‘빅매치’였다.
2014년 전당대회에선 김무성 전 의원이 서청원 전 의원을 이기고 당대표가 됐다. 대통령 당무 개입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김 전 의원이 예상 밖 낙승을 거뒀다. 친박과 비박의 정면 맞대결이었고, 그 대결에서 비박이 승리한 셈이었다. 당시 전당대회 룰은 1위가 대표최고위원(당대표)이 되고 차순으로 최고위원이 선출되는 방식이었다. 김 전 의원과 서 전 의원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으로 함께 지도부에 승선했고, 이후 당내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당시 서청원 캠프에 몸담았던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에 와서 제3자적 관점으로 돌아보면, 당시 전당대회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됐던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결국 그때 전당대회를 통해 당이 둘로 쪼개졌던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가 시끄러워지는 모양새를 보면 결국 또 다시 친윤과 비윤의 맞대결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엿보인다”면서 “모두가 총선 승리부터 바라보고 있지만, 당 내부적인 통합이 선결되지 않으면 총선 승리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야당 전당대회 흥행은 바람이 되지만, 여당 전당대회 흥행은 분열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는 오징어게임”이라면서 “지면 죽는 게임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게임에 뛰어드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서 “여당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대통령과 척을 지는 후보가 있다면, 당선돼도 시끄러울 것이고 낙선해도 시끄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결국 대통령이 되고 첫 당대표를 뽑으면서 나오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나경원 비토기류는 결국 친윤 세력이 ‘윤석열 당’을 만들기 적합한 인물로 지지세를 몰아주기 위한 결집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의 등장에 구도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면서 “안철수 앞에서 분열하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윤심이 가장 큰 쪽으로 지지세를 몰아가야 한다는 사인이 대통령실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대통령이 사사건건 비토하거나 반대하거나 다른 길로 가는 사람을 뽑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면서 “여기에 다음 총선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를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임기 중반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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