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 시 카드업계 순위 요동…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높은 몸값 걸림돌
MBK컨소시엄은 지난해 하반기 롯데카드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그룹과 KT 등이 불참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사모펀드 3~4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초 KB국민카드가 ‘1등 도약’을 기치로 내걸면서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반기 기준 점유율(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신한카드가 20.69%로 1위, 삼성카드가 19.08%로 2위다. KB국민카드는 16.93%로 3위지만 롯데카드(10.54%)를 인수하면 단숨에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우리카드(8.79%)나 하나카드(7.22%)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KB국민카드는 4위로 밀린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세전이익만 3500억 원에 달한다. 자기자본이 약 3조 원임을 감안할 때 자본수익률(ROE)은 10% 이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MBK컨소시엄은 2019년 5월 롯데그룹으로부터 1조 3810억 원에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인수했다. 1주에 2만 3146원꼴이다. 2019년 3월 말 주당순자산(BPS) 2만 9260원 대비 0.79배다. 불과 한 달 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104만 주를 2292억 원에 롯데쇼핑에 판다. 주당 거래가격은 2만 1990원으로 BPS 0.75배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BPS는 3만 9022원이다. MBK컨소시엄이 인수한 값(주가순자산비율·PBR 0.79배)을 적용하면 매각가격은 주당 3만 868원(1조 8417억 원)이 돼야 한다. 현재 유일하게 상장된 삼성카드의 PBR은 0.45배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기아가 현대커머셜에 현대카드 지분 5%를 매각할 때도 가격은 PBR 0.6배 수준이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12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정욱 디지로카 본부장(전무)에 14만 9480주, 최재웅 디지로카 전략실장(상무)에 11만 2110주 등 총 26만 1590주의 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했다. 행사가격은 2만 8835원으로 지난해 9월 말 자본 기준 PBR 0.75배다. MBK 측이 평가하는 롯데카드의 가치가 다른 카드사보다 높은 셈이다. 결국 매각 성사여부는 높은 값을 치르고 롯데카드를 사겠다고 나설 곳이 있을지 여부다. 특히 올해는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과 경기침체로 인한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금융은 이미 지분 20%를 보유해 자금 부담은 적지만 손태승 회장 거취와 관련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KB금융의 경우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이 대형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인수전에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지주만 나섰던 이유다.
하지만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관련 거래 비중이 높다. 롯데쇼핑이 20% 지분을 유지하는 이유다. 하나지주가 인수해도 하나카드와 합병을 해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롯데쇼핑 지분율이 낮아진다. 롯데그룹과 롯데카드 간의 ‘협력’의 명분이 약화되는 셈이다.
기존에 카드사를 보유하지 않은 카카오뱅크나 토스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상장으로 자본을 모집해 자금 여력은 있다. 토스는 최근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편이다. 다만 카카오는 최근 문어발 식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토스는 금리 상승에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MBK 입장에서도 롯데카드의 기업가치가 더 높아진다면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다. 롯데카드는 2019년 286억 원, 2020년 519억 원, 2021년 648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3년간 거둔 순이익의 37%를 배당한 셈이다. MBK컨소시엄 인수 전 3년간의 배당성향 27.6%보다 더 많다. MBK컨소시엄이 3년간 가져간 배당은 1162억 원이다. 배당으로만 매년 5% 이상의 수익을 내온 셈이다.
한편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제4호 펀드가 투자한 회사다. 이 펀드가 투자한 국내기업에는 골프존카운티와 엠에이치앤코(모던하우스)가 있다. 그런데 롯데카드뿐 아니라 두 곳도 모두 투자회수(Exit)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MBK가 2018년 이후 288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9.99%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우선주까지 감안하면 지분율은 52.8%로 높아진다. 상장을 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까지 ‘골프붐’으로 몸값이 높아졌지만 최근 골프장 몸값이 떨어지고 증시도 싸늘해지면서 일단 올해 상반기 상장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2017년 이랜드로부터 6860억 원에 인수한 엠에이치앤코도 지난해 매각에 실패했다. 최소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기대했지만 나선 곳이 없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코로나19로 반짝 살아났던 인테리어 수요가 가라앉으면서 성장 전망이 낮아졌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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