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 후 첫 연간 적자 예상…“MZ세대 공략할 매력 포인트 어필하고 소가구 중심 재편 필요”
지난 10일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2022년 4분기 매출액은 5063억 원으로 11.7% 감소, 영업이익은 127억 원 적자로 추정했다. 4분기를 감안한 2022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41억 원 적자다.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상장 후 처음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복하지 못 한 전방 지표에 매출액 감소세는 이어진 반면 신제품 판촉을 위한 마케팅비 지출, 기존 오프라인 매장 리모델링 비용 부담에 변동비는 되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샘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금리인상 등에 따른 주택거래 침체로 홈리모델링 시장이 위축됐고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홈퍼니싱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인건비, 원자재가 폭등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2017년 매출 2조 625억 원, 영업이익은 1405억 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실적 하향세를 보였다. 2018년 매출은 1조 928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560억 원으로 60%나 하향했다. 2019년에도 매출 1조 6894억 원, 영업이익 55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매출이 2조 674억 원으로 3년 만에 2조 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도 931억 원으로 22%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매출 2조 2312억 원으로 조금 늘었으나 영업이익 693억 원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26% 하락했다. 2017년 30만 5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2022년 4만 5000원 대로 시가총액 85%가 증발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가구‧인테리어 시장은 운명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구업계 2위 현대리바트는 2022년 3분기 매출 36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억 원으로 82% 줄었다. 한샘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47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줄고, 1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집 담보대출 금리가 8%를 넘어선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며 필수제가 아닌 가구에 대한 소비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한샘 같은 업계 1위에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한샘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진 이유는 한샘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 한샘사업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홈리모델링‧홈퍼니싱 62.8%, B2B 37.2%였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은 사업 부문 중 B2C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더 타격이 크다”며 “가구나 인테리어에 매출이 치중해 있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른 실적 방어 요소가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샘은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시공‧계획 등 토털 인테리어 비중이 커서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을 것”이라 분석했다.
소비자들을 끌 만한 매력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MZ세대도 자신의 공간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다. 과거에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실용적인 가구를 주로 찾았다면, MZ세대들은 분명한 디자인 콘셉트가 있어야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한샘 가구에선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교수는 “불경기는 당분간 지속될 테고 부동산 경기도 쉽게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릿고개를 넘으려면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인적 요소를 갖춘 소가구나 소품 중심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상황을 고려해 인테리어, 주방‧붙박이장 등 큰 비용이 드는 소비재 대신 소가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고 소비를 줄인 상황이라 소비빈도를 줄였지만 인테리어 욕구까지 없애진 못할 것”이라며 “조정 국면을 지나고 나면 리치 마켓 위주 혹은 소품 위주로 소비 욕구를 깨울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교수는 “지금은 인테리어 소품 같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군 위주로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를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콘택트 포인트를 만들어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의 한샘 관계자는 “다음달 한샘닷컴‧한샘몰 통합플랫폼 론칭한다. 통합플랫폼은 대리점‧RD 등 전문가가 만든 다수 시공사례 콘텐츠를 탑재해 리모델링 고관여 고객을 유입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홈쇼핑, 온라인몰 등 외부 채널에서 판매도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사를 가지 않고도 시공할 수 있는 주방, 바스 등 부분시공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호텔업계와 협력을 확대하는 등 B2B시장에서 영향력도 높여나갈 계획”이라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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