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정부작위’ 적용 놓고 다른 해석 나와, 연임 도전 명분 얻을지 주목…조만간 거취 표명할 듯
최근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9일 회의에서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손태승 회장에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부진정부작위’를 사실상 인정했다. 금감원이 라임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해서 막대한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우리은행에 대해 부진정부작위로 적극 해석해 제재하자고 주장했고 이날 회의는 이를 원안대로 가결했다.
부진정부작위는 한마디로 명백하게 법률상 금지 조항은 없지만 당연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아 피해나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다. 라임펀드 사태 발생 당시 자본시장법 제49조 2호는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2019년 4월 9일 내부문서 등을 근거로 당시 우리은행이 라임펀드가 만기에 제대로 상환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는 펀드가 설정되기 전이었고 예약 단계에만 있었기 때문에 영업점에 상환 위험을 알리면 부당 권유와 그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위험성을 숨기고 거래의 계속을 지시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쟁점은 만기에 제대로 상환되지 않을 가능성을 예약 단계인 이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당시 법은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투자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듯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잘못된 판단을 유발하지 말라는 것이고 후자는 제대로 된 판단을 돕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 중 한 사람은 “법 49조는 입법 취지 상 부작위를 규율하는 것에 의문이 있고 이에 대한 판례나 행정제재 선례, 학설 등이 없어 이번 사안이 이에 잘 부합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조항들은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금소법 21조 3호는 금융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알리지 아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이면 라임사태에서 우리은행의 행위는 분명 위법이다. 하지만 라임사태는 2019년에 벌어져 2021년에 시행된 금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금감원 주장대로 부진정부작위가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19년 당시 자본시장법에서 공통영업행위 규칙인 제37조는 신의성실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금융투자업을 영위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가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가 이익을 얻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만기 상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투자자 이익을 해했고 그 결과 우리은행(자기)과 라임운용(제3자) 등이 수수료라는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한다면 49조 위반이 인정될 수도 있다.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은 통보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손 회장의 우리은행의 소송제기 시한은 2월 9일까지다. 손 회장은 오는 18일께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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