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문화 확산 부모·자녀 소통 매개체로 부상…성인 여성 대상 마론인형·실바니안패밀리도 히트
일본 완구협회는 “2021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일본 내 장난감 판매액이 약 8조 4200억 원을 기록, 사상 최고액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협회의 이부키 후미아키 전문위원은 “어린이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완구업체들이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며 “그 해결책 중 하나가 성인을 타깃으로 한 장난감”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것은 카드게임이었다. 부동의 인기를 자랑하는 ‘포켓몬’ ‘유희왕’ ‘듀얼마스터즈’ 등 3강 체제에, 유명 만화 ‘원피스’를 소재로 한 카드게임이 2022년 발매돼 큰 인기를 끌었다. 전년 대비 신장률은 무려 145.6%나 됐다. 특히 포켓몬의 경우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특정 카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이부키 위원은 “20~30년 전 장난감 및 만화 캐릭터에 친숙했던 세대가 이제는 부모 세대가 됐다”면서 “이들은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만화나 캐릭터 수집품 등을 상당히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난감은 졸업했지만 추억의 힘은 강하다. 어른이 돼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게 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 된다. 이런 심리를 겨냥한 제품들이 쏟아졌고 업계의 전략은 적중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모·자녀가 함께 놀 수 있는 장난감, 그리고 온전히 어른을 타깃으로 한 장난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트렌디’는 “부모와 자녀 세대를 아우르는 장난감이 날개 돋친 듯 팔린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도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집콕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녀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장난감이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놀이 방법과 규칙을 잘 알고 있다면 아이와의 소통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폭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라든지, 오래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장난감의 판매 호조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것이 포켓몬 카드게임이다. 20년이 넘은 게임이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활동이 됐다.
추억의 장난감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킨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출시 45주년을 맞은 ‘두더지 잡기 게임’이다.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 완구기업 ‘반다이’가 2022년 10월 새롭게 게임을 선보였는데, 대장두더지와 새끼두더지를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는 등 신선한 장치들이 탑재됐다.
1973년 발매된 보드게임 ‘오셀로’도 3D 입체 오셀로로 한층 진화됐다. 스테디셀러 상품으로서의 장점은 그대로 남겨놓은 한편, 추가 장치나 규칙을 마련해 현대판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에 따라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조부모 세대에게 익숙한 아이템을 상품화한 사례도 등장했다. 가령 1950~1960년대의 인기 TV프로그램 ‘제스처’를 카드 게임화한 것이다. 카드에 적힌 제목을 소리 내지 않고 제스처로 전달하는 게임으로 2022년 9월 발매됐다. 닛케이트렌디에 의하면 “예상보다 2배가 넘는 매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매체는 “몇 년 후 조부모 세대를 겨냥한 완구시장이 명확한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 장난감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일본 완구협회의 이부키 위원은 2021년 발매된 ‘푸니룬즈’를 예로 들었다. 부모 세대가 가지고 놀았던 모바일 게임 ‘다마고치’에 촉감이라는 아날로그 요소를 더한 상품이다. 그는 “부모 세대에서 히트한 장난감과 최신 기술을 합체한 완구가 향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전히 어른을 겨냥한 장난감도 주목할 만하다. 주로 스테디셀러 브랜드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 라인을 신설하는 식이다. 여아용 인형 ‘리카짱’으로 유명한 완구대기업 타카라토미는 2015년 ‘성인 여성들을 위한 마론 인형’ 리카짱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존 인형보다 3배 정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에는 산리오 캐릭터와 콜라보해 시나몬롤이나 마이멜로디를 이미지화한 마론 인형도 발매했다.
미니카 브랜드 ‘토미카’도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 ‘토미카 프리미엄’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이쪽 역시 잘나간다고 한다.
장난감업체 에폭의 ‘실바니안 패밀리’도 크게 히트를 쳤다. 귀여운 동물 인형과 정교한 가구, 가전, 건물 미니어처로 구성된 인기 완구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이 장난감에 푹 빠진 성인 여성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실바니안 패밀리 활동을 줄여 ‘실활(シル活)’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기존처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꾸미는 놀이 방식이 아니라, 인형과 함께 외출해 사진을 찍거나 소품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긴다. 간단하게 이목을 끄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SNS)와의 궁합이 특히 좋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실활’로 검색하면 1만 80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2022년 4월 기준, 일본의 15세 미만 인구수는 1465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5만 명 줄어든 수치로, 41년째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어린이 인구수가 감소하는 만큼 일본 장난감업계는 참신한 장난감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향후 완구업계의 메인 타깃은 ‘알파(α·12세 이하)’ 세대가 된다. Z세대(1990년 중반~2010년 초반 출생)와 비교했을 때 무언가에 흥미를 가져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 닛케이트렌디는 “완구 개발은 보통 반년에서 1년이 걸린다”면서 “이들 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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