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기자들 현찰 필요해” 발언, 대가성 여부 주목…술값·청탁 관련 판·검사들 거론, 50억 클럽도 재조명
로비 의혹은 검찰과 법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만배 씨가 경제매체 소속으로 법조 기자를 오랜 기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씨가 그 과정에서 만난 판사, 검사들의 술값을 대납하고 사건 관련 청탁도 했다는 의혹이다.
#기자들 처벌 가능할까
한겨레신문사(한겨레)는 김만배 씨와 9억 원의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된 전 편집국 간부 기자 A 씨를 해고했다. A 씨는 김 씨로부터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6억 원을 빌린 것이고 이 가운데 2억 원을 갚았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추가로 3억 원을 더 받아 총 9억 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한겨레는 A 씨에 대해 해고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한국일보, 중앙일보 간부는 김 씨와 각각 1억 원과 9000만 원의 돈거래를 각각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용증을 쓰고 정당하게 빌린 돈이고 이자도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다. 김 씨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채널A 기자는 명품 브랜드의 신발을 선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김 씨가 정상 거래를 가장한 금품의 대가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불리한 기사를 막아주거나 반대로 유리한 기사를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 등에서 김 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라고 말하거나 “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답한 내용이 있다.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 씨가 골프를 칠 때마다 기자들에게 수십 만~100만 원을 줬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김 씨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기자들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씨가 법조팀장을 할 때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기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들은 2010년 전후로 김 씨와 함께 법조를 출입했거나 같은 회사 소속 법조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김 씨는 평소 후배들이나 가까운 골프 멤버들에게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를 잘 아는 또 다른 언론인 역시 “김 씨는 후배들과의 술자리 후 택시비도 10만 원을 턱턱 주는 통이 큰 사람이었다”며 “그 돈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비롯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를 알았다면 다들 거절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가 건넨 돈은 뇌물?
법조계와 언론계는 파장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일단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은 가능하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 언론인 등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합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성립한다.
하지만 로비 의혹으로까지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씨가 기자들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판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들을 뇌물로 처벌하려면 대장동 관련 사업을 김 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어야 한다.
뇌물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대장동 관련 사업을 김 씨가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십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현금 거래가 이뤄졌다면 향후 청탁의 가능성 등을 알고도 받은 미필적 고의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오랜 기간 동료 관계로 얽힌 지점이 있었기에 단순하게 ‘로비 성격의 뇌물’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겨레를 제외한 매체의 기자들은 차용증 및 이자를 지급한 증거 등을 토대로 ‘단순 금전거래’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을 함께 하는 이들에게 ‘기자 네트워크’를 과시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기자들에게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려면 김 씨와 돈거래 한 언론인들이 돈을 받은 대가로 대장동 일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하거나 이들에게 불리한 기사 작성을 막으려고 한 정황을 입증해야만 한다. 검찰 역시 “김만배 씨 자금 흐름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들을 순차적으로 따져보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다.
다만 해고된 한겨레 기자 A 씨의 경우 금액이 9억 원으로 워낙 큰 탓에, 검찰의 사실관계 확인 필요성이 제기된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지인 간 거래로 볼 지점이 입증이 되면 무리하게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자들 관리(로비)라고 얘기한 지점들이 돈거래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갔는지는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로비 의혹 어디로 번지나
언론에 이어 불똥이 튄 것은 법원과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김만배 씨가 2017년 즈음, 당시 대법원 공보라인에서 근무하던 판사들과의 술자리 비용을 지불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B 판사(현재 변호사)와 술자리를 했는데, 이 자리에는 B 판사 밑에서 일하던 C 판사도 합류했다. C 판사는 논란이 커지자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술자리 중간에 동석해,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검찰에도 불똥은 튀고 있다. 남욱 변호사 등이 “김만배 씨가 ‘검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관련 사건을 잘 봐달라’며 부탁을 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
현재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3~2015년 사이 이 대표 관련 사건이다. 김 씨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재선에 성공해야 대장동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당시 성남지청장 이름까지 남욱 변호사에게 언급할 정도로 구체적인 검찰 로비 정황을 시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청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자칫하면 언론사에 이어 법원과 검찰까지 수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초동 일대가 김만배 발(發) 로비 의혹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판·검사들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일명 ‘50억 클럽’ 멤버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김 씨와 가까웠던 이들이 대장동 관련 로비 대상일 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는데, 실제로 범죄 혐의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언론에 본인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조차 불편한 이들이지 않나. 검찰이 진짜 원하는 것은 김 씨의 여죄를 수사해 김 씨로부터 진술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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