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회장, 허세경 대표에 일진C&S 지분 증여…일진제강과 일진디스플레이에 시선 쏠려
허진규 회장이 지난해 12월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에게 일진C&S 지분 48.33%를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일진C&S의 주주구성은 △허세경 대표 48.33% △허진규 회장 48.32% △일진지엘에스 3.35%로 변경됐다. 일진지엘에스의 경우 허진규 회장이 지분 96.65%를 가진 최대주주고, 대표이사는 허세경 대표가 맡고 있다.
허세경 대표는 일진반도체, 일진C&S, 일진지엘에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허 대표가 보유한 일진그룹 계열사 지분은 2021년 말 기준 △일진반도체 34.23%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1.91% △일진다이아몬드 0.88% △일진홀딩스 0.33% △일진머티리얼즈 0.02% △일진디스플레이 0.01% 정도다. 일진반도체를 제외하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진반도체도 2021년 매출 8억 5800만 원, 영업손실 3억 60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면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는 계열사가 아니다.
허세경 대표가 주식을 증여 받은 일진C&S도 실적이 크게 두드러지는 계열사는 아니다. 일진C&S는 IT 솔루션 업체로 2021년 매출 106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을 거뒀다. 일진그룹 전체적으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진C&S의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일진C&S는 일진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허진규 회장은 지난 1월 5일 일진C&S에 일진제강 지분 6.89%를 증여했다. 일진제강은 2021년 매출 2873억 원, 영업이익 14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일진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일진제강의 현재 주주 구성은 △허진규 회장 68.18% △허재명 의장 7.39% △일진C&S 6.89% △김향식 씨(허 회장 아내) 4.45% △일진과학기술문화재단 1.80% △허승은 일진자동차 기타비상무이사(허 회장 차녀) 0.94% 등이다. 허진규 회장은 여전히 과반 이상의 일진제강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허 회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허세경 대표에게 일진제강 지분을 추가로 증여할 가능성도 있다.
일진제강은 2012년 국내 최초로 심리스강관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도 국내에서 심리스강관을 생산하는 기업은 일진제강뿐이다. 덕분에 일진제강의 매출도 매년 상승세에 있다. 심리스강관은 압연·압출로 뽑아낸 이음새가 없는 강관이다. 일반 강관은 이음매에 압력이 집중돼 파손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와 달리 심리스강관은 압력에 버티는 힘이 강하므로 고압력 환경에서 자주 사용된다. 세계적으로도 심리스강관에 대한 수요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심리스강관은 제조가 어려워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제품이므로 국내 철강업계에서 일진제강의 존재감은 꽤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로는 허세경 대표가 일진제강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진규 회장이 최근 허세경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반면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제강 지분을 간접적으로라도 갖고 있지 않다. 허재명 의장은 일진제강 지분 7.39%를 갖고 있지만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이 완료되면 일진그룹에서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 의장은 오는 2월까지 롯데케미칼에 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일진디스플레이도 주목한다. 일진그룹 다른 계열사의 승계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일진디스플레이의 행방은 여전히 짐작하기 어렵다. 일진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4.63%의 허진규 회장이고, 2대주주는 지분율 11.19%의 일진머티리얼즈다. 허정석 부회장은 일진디스플레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허세경 대표도 고작 0.01%만 갖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매각될 예정이므로 허진규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는 사람이 일진디스플레이를 이끌 전망이다.
일진그룹은 지난해 일진디스플레이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일진디스플레이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진디스플레이 인수 희망자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해왔으나 지분 매각 검토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일진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3분기 17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일진디스플레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 일진디스플레이의 사업부는 크게 사파이어 사업부와 터치 사업부로 나뉜다. 사파이어 사업부는 발광다이오드(LED)용 사파이어 웨이퍼를 주로 생산하고, 터치 사업부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쓰이는 터치스크린 패널을 제조한다. 일진디스플레이의 매출 90% 이상이 터치 사업부에서 발생하고, 사파이어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파이어 사업부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세계적으로 마이크로LED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데, 마이크로LED 제조를 위해서는 사파이어 웨이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LED는 일반 LED에 비해 길이와 넓이가 각각 10분의 1, 10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술력 등의 문제로 마이크로LED를 사용하는 기기가 많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마이크로LED 시장 규모가 2020년 17억 달러(약 2조 1250억 원)에서 2025년 199억 달러(약 2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LED는 스마트워치, 가상현실(VR) 등의 기기를 통해 시장이 형성되면서 향후에는 태블릿, 스마트폰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크로LED 시장이 개화되면 사파이어 소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사파이어 웨이퍼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세경 대표와 허정석 부회장 입장에서도 일진디스플레이는 매력적인 계열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허진규 회장이 최근 허세경 대표에게 일진C&S와 일진제강 지분을 증여한 것과 달리 일진디스플레이 지분은 아직 증여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경영권 행방을 예상하기는 이르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일진그룹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새 컨트롤타워 재건 수준?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재계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4.11.21 13:38 )
-
‘지금배송’에 ‘넷플릭스 이용권’까지…네이버 ‘큰 거’ 띄우자 유통업계 긴장
온라인 기사 ( 2024.11.15 18:56 )
-
[단독] 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SKC 손자회사 ISCM 매각 추진
온라인 기사 ( 2024.11.19 1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