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출간된 해리 왕자(38)의 자서전 ‘스페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4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인 만큼 이 자서전에는 별의별 내용이 다 담겨 있다. 왕실 가족과의 갈등을 비롯해 첫 경험부터 마약 흡입,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해리 왕자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해리 왕자의 태도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아내 메건 마클(41)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후부터 계속해서 왕실과 대립해온 해리 왕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 인터뷰를 포함해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에서도 영국 왕실을 맹비난했다. 이번에 출간한 ‘스페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책 속에서 해리 왕자는 아버지 찰스 3세와 형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그동안 ‘스페어’ 즉, ‘예비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는 ‘스페어’는 출간 첫날 143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는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가 지금까지 출판한 논픽션 서적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스페어’란 왕실과 귀족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관념으로 ‘차남’을 뜻한다. 장남은 작위, 권력, 재산을 물려받는 후계자인 반면 차남은 장남에게 행여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대체될 ‘스페어’ 즉 ‘예비자’라는 의미다.
‘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표현은 그의 아버지 찰스 3세를 비롯해 어머니 다이애나비, 할아버지 필립공, 그리고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도 사용했다. 해리 왕자는 책에서 ‘스페어’를 가리켜 “그림자, 조력자, 플랜B”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을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고 믿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찰스 3세는 해리 왕자가 태어난 날 다이애나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훌륭해! 당신은 나에게 ‘후계자’와 ‘예비자’를 안겨주었군. 이제 내 임무는 끝났어.” 해리 왕자는 “아마도 그건 농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렇다. 농담 속에 담긴 수많은 진실의 말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스페어’라고 부르는 이런 용기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해리 왕자에게 점점 지쳐가고 있다. 부부가 영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만 해도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족 간의 사소한 말다툼, 동서지간의 갈등, 첫 성경험 등 시시콜콜한 일화까지 폭로하는 모습이 ‘너무 나갔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폭로할 필요가 있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왕실의 흥망을 다룬 작가이자 전 런던 특파원인 세라 라이올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제는 대중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하면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라이올은 “지난 2년 동안 부부는 자신들의 비밀을 오프라 윈프리에게 폭로했고, 다양한 텔레비전에 출연해 동정심에 호소했으며,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에서는 심지어 제작과 주연까지 맡았다. 이 과정에서 줄곧 이들은 자신들을 왕실 가족, 타블로이드 언론, 비평가들, 증오자들의 희생자로 묘사했다”고 비난했다.
TV 진행자 돈 레몬 역시 CNN ‘디스 모닝’에 출연해 “누구에게나 가족은 있다”고 말하면서 “나도 가족들과 말다툼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세계가 볼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떠벌리지는 않는다. 나는 해리 왕자가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계속해서 언론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식상하고 지루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이야깃거리, 즉 소재를 다 소진하고 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남지 않게 된다. 이와 관련, 위기관리 회사인 ‘라 브레아 미디어’의 회장인 하워드 브래그먼은 만약 자신이 해리 부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한 번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브래그먼은 해리 부부의 미디어 공격에 대해 “나에게는 리얼리티 TV 쇼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면서 부부가 “뒤끝이 있다는 점에서 약간 트럼프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의 딸이자 ABC 방송 ‘더 뷰’의 공동 진행자였던 메건 매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모두는 해리 왕자의 인생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무슨 웜홀에 빠진 듯하다”고 말하면서 “대체 왜 그는 자신이 최악의 인생을 살았다고 믿는 걸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절대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며 비꼬았다.
사정이 이러니 해리 왕자에 대한 호감도도 뚝 떨어진 상태다. 자서전을 통해 더 많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랐다면 오산이었던 셈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익스프레스’는 해리 왕자가 “그의 영혼을 팔았다”고 묘사했으며, ‘더선’은 해리 왕자가 자신이 사살한 탈레반 전사들의 수를 공개함으로써 “그의 군대 동료들을 배신했다”고 성토했다.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은 여론조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월 5~6일, 전국 성인 남녀 16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 왕자에 대한 긍정 평가는 26%에 불과한 반면, 부정 평가는 64%에 달했다. 12월 초보다 긍정 의견은 7%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 의견은 5%p 올랐으며, 심지어 부정 평가는 2011년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체적으로 해리 왕자에게 호의적이었던 젊은층조차도 현재는 41%만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 이는 12월 조사 때보다 8%p 하락했다.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젊은층은 41%로, 이는 12월 초의 29%보다 무려 12%p 상승한 수치다.
해리 왕자가 왕실 직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대해서도 영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해리 왕자는 자서전 홍보를 위해 출연한 ‘60분’에서 진행자인 앤더슨 쿠퍼가 “왜 왕실 직함을 포기하고 개인 신분으로 살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면서 왕실 직함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직함이 있든 없든 별반 차이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쿠퍼는 “당신은 캘리포니아로 이사하고, 왕실 일원으로서의 의무에서 한발짝 물러났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렇게 공개적이 됐는가. 왜 아버지나 형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는 건가”라고 물었고, 이에 해리 왕자는 “나 역시 그런 대화를 비밀로 두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나와 내 아내에 대한 적대적인 정보와 이야기들만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개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왕실에 전해 내려오는 불문율은 ‘불평하지 말라, 설명하지 말라’다. 그건 말 그대로 단지 불문율일 뿐이다. 실제로는 항상 그렇지가 않다”고 답했다.
이런 해리 왕자의 태도에 분개하는 영국인들은 많다. 왕실 작가인 로버트 잡슨은 해리가 왕실 직함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만약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그냥 돌려주세요. 분명히 그들은 결국 공작과 공작부인으로 남고 싶어한다”고 비난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나일 가디너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해리 왕자는 그에게 주어진 왕실 직함에 걸맞지 않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로열티 위드 브리타니’의 팟캐스터는 “그들이 왕실과의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함이 필요하다. 때문에 결코 그들은 직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리 왕자의 위선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해리 왕자가 사생활이 침해받는 데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가족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폭로하고 있는 건 명백한 위선이라는 것이다.
“아내 깎아내린 형과 멱살 난투극”…자서전 내용 뜯어보기
#형제관계
해리 왕자는 자서전 곳곳에서 ‘스페어’인 자신과 ‘후계자’인 형을 비교했다. 가령 밸모럴성에서 자랄 당시 윌리엄의 방에는 “더블 침대, 커다란 세면대, 거울문이 달린 캐비닛,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창문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반면, 내 방은 훨씬 작았다. 그리고 덜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 난 신경쓰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나보다 두 살 위인 ‘윌리’는 후계자였고, 나는 예비자였다”고 적었다.
해리는 형과 벌인 난투극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당시 윌리엄은 해리 부부의 거처였던 켄싱턴 궁전의 노팅엄 코티지를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던 중 마클을 가리켜 ‘까다롭다’, ‘무례하다’, ‘거칠다’라고 하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해리는 이런 형에게 “지금 형은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형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결국 두 형제는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다투기 시작했다.
해리는 형에게 물 한 잔을 주면서 “윌리, 네가 이러면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라고 말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형이 자신을 공격했다고 말한 해리는 “형이 물잔을 내려놓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진짜 빨랐다. 그가 내 멱살을 잡자 내 목걸이가 끊어졌다. 형은 나를 바닥에 쓰러뜨렸고, 나는 개 밥그릇 위로 넘어졌다. 그 파편이 내 등에 박혔다. 나는 잠시 멍하니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는 형에게 나가라고 말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묘사했다.
또한 해리는 필립공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영국으로 처음 돌아왔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책에서 “나는 아버지와 형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억제하는 동시에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적으면서 미국으로 떠난 결정에 대해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리는 윌리엄의 ‘익숙한 쏘아보는 눈’을 보자마자 자신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도 형도 자신이 왜 영국을 떠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형제가 다투자 찰스 3세는 “애들아, 제발 나의 말년을 비참하게 만들지 마라”고 간청했다.
#미들턴 vs 마클
‘누가 누구를 울렸나.’
동서지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던 해프닝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화동 드레스 사건’이 있었다. 해리 부부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화동이 됐던 미들턴의 딸 샬럿 공주의 드레스를 두고 벌어졌던 불편한 사건이다.
해리는 책에서 이 화동 사건이 미들턴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마클이 미들턴의 문자에 하루가 지나 답장을 하자 미들턴이 짜증을 냈다는 것이 요지였다. 해리는 “마클은 결혼식 4일 전에 미들턴으로부터 화동 드레스에 문제가 있어 옷을 수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 드레스들은 ‘프랑스의 쿠튀르’였고 피팅 없이 치수에 따라 손으로 꿰맸기 때문에 완벽하게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몸에 딱 맞지 않는다고 해서 별로 큰일날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클이 바로 답장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마클에게 결혼식 관련 문자가 쇄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버지를 둘러싼 골치 아픈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야 마클은 미들턴에게 ‘우리 쪽 재단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런데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침울하게 말하면서 그날 늦은 오후 미들턴이 불평을 해왔다고 썼다. 즉 “샬럿의 드레스가 너무 크다. 너무 길고, 너무 헐렁하다. 아이가 집에서 그것을 입어보고는 울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이에 마클은 “알겠다. 그래서 내가 재단사가 오전 8시부터 대기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다른 엄마들처럼 샬럿을 여기로 데리고 와서 드레스를 수선할 수는 없는가”라고 부탁했다.
해리 왕자는 당시 흥분한 마클에게 “미들턴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달랬으며, 다음 날 아침 미들턴이 사과의 의미로 꽃다발과 카드를 들고 찾아오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누구를 울렸는지에 대해서는 수년간 여러 가지 다른 소문이 반복 재생산됐다. 처음에는 마클이 미들턴을 울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해 해리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시정을 요구했었다. 해리는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서 “모두들 마클이 왕실의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고 주장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역사적 기록을 위해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 진실은 나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면서 오히려 눈물을 터뜨린 쪽은 마클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리는 마클이 미들턴에게 립글로스를 빌려달라고 하자 미들턴이 마지못해 건네주었으며, 마클이 손가락에 짜서 바르는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2018년 결혼식을 앞두고 출산 후 호르몬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진 미들턴에게 마클이 ‘베이비 브레인’이라고 부른 데 대해 미들턴이 사과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미들턴은 마클에게 “우리는 당신이 내 호르몬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충분히 가깝지 않다”며 불쾌해했고, 이에 대해 마클은 “나는 내 친구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윌리엄이 마클에게 “여기 영국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마클은 “내 얼굴에서 손가락을 치우세요”라고 되받아쳤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해리는 2007년부터 2008년, 그리고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해리는 자신이 탈레반 전사 25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5는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는 숫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숫자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투 열기 속에서 목표물을 사람이 아닌 ‘체스 말’로 보았다고 말한 해리는 “나는 그 25명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죽일 수 없다. 그들은 체스판에서 제거된 말들이다. 나는 그들을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발언은 일부 영국 안보 및 군 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을 샀고, 탈레반의 분노를 일으켰다.
#부자 관계
윌리엄과 해리는 아버지 찰스 3세에게 카밀라와의 관계를 방해하지는 않을 테니 제발 결혼은 하지 말라고 간청했다. 해리는 책에서 “나는 카밀라가 나에게 못되게 굴까 무서웠다. 동화책에 나오는 못된 계모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형과 나는 이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썼다.
해리는 이튼칼리지 재학 당시 느꼈던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당시 한 타블로이드판 편집자는 해리가 마약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왕실에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해리는 이 사실을 부인하면서 아버지가 자신을 보호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찰스 3세는 공보 비서관의 조언에 따라 버킹엄 궁은 이 주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리는 공보 비서관이 아버지의 이미지를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요컨대 더 이상 바람을 피우지 않는 착한 남편, 마약에 중독된 아이를 돌보는 고달픈 싱글 대디로 세상에 비치도록 했다.
해리는 또한 회고록에서 찰스 3세가 해리의 친부가 누구인지에 대해 농담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애나비가 제임스 휴이트 소령과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과 관련된 농담이었다. 가령 찰스 3세는 “내가 진짜 프린스 오브 웨일스일지 누가 알겠니? 내가 진짜 네 아버지인지는 또 누가 알겠어? 어쩌면 네 진짜 아버지는 브로드무어에 있을지도 모른단다, 얘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대해 해리는 “내 친부가 엄마의 옛 연인 가운데 한 명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재미없는 농담이었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또한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아버지는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다고 말한 해리는 “아버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소식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 부분은 해리가 고 엘리자베스 2세의 사망 소식을 왕실로부터 언제, 어떻게 전달받았는가였다. 이 부분에 대해 해리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처음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알려준 사람은 아버지였다”고 밝혔다. 해리는 즉시 윌리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그와 마클이 밸모럴성으로 언제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지 물었다. 하지만 윌리엄으로부터는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얼마 후 다시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찰스는 해리에게 그가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의 아내 마클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는 불같이 화를 냈고, 결국 홀로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리는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을 때야 비로소 BBC 웹사이트를 통해 여왕의 서거 소식을 확인했다.
#마약 복용
책에서 “17세 때 사냥을 나간 주말에 코카인을 처음 복용했다”고 고백한 해리는 이 밖에도 “켄싱턴 궁전의 정원과 이튼 학교에서 대마초를 피웠으며, 수년간 ‘재미’를 위해 그리고 치료 목적으로 환각제를 복용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한 31세 때는 캘리포니아에서 ‘마법의 버섯’이라는 마약에 취한 적도 있었다. 당시 그는 화장실에 있던 쓰레기통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고, 머리를 기른 변기가 말을 거는 듯한 환각을 느꼈다.
#나치 의상
회고록에서 해리는 2005년, 나치 복장을 하고 파티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켰던 데 대한 ‘진실’을 밝히면서 “나에게 이 의상을 추천한 사람들은 윌리엄과 미들턴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리가 독일군 상의에 나치 완장을 찬 모습은 영국의 ‘더선’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렸고, 이에 대해 해리는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당황하게 했다면 매우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하지만 회고록에서 이 문제에 대해 그때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한 해리는 “당시 나는 어떤 의상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형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고, 그들은 나에게 나치 군복을 입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리가 나치 복장을 한 모습을 본 윌리엄과 미들턴은 둘 다 미친 듯이 웃었고, 미들턴은 “윌리엄의 타이즈 의상보다 더 끔찍하다니! 말도 안 돼!”라며 신나했다.
#첫 경험
책에서 해리는 자신의 첫 경험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이를 ‘무서운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술집 뒤에 있는 풀밭에서 연상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밝혔다. 해리는 “그 여성은 말을 꽤 좋아했고, 나를 어린 종마처럼 대했다”면서 “나는 그 여자를 재빨리 태웠고, 그는 내 엉덩이를 때리면서 나를 멀리 보냈다”고 묘사했다.
또한 해리는 “분명히 누군가가 우리를 봤다”고 말하면서 “그건 내 실수였다. 굴욕적인 일이었다”며 후회하는 감정을 표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