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맷맨 최우향과 함께 조폭 출신 요식업 대표 주목…대장동 수익 중 일부 쌍방울로 흘러갔을 가능성
‘김만배와 김성태.’
이 둘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두 축인 대장동과 쌍방울의 핵심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모든 화력을 쏟아 부어 왔다.
검찰은 김만배 씨를 상대로는 이미 여러 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1월 7일엔 자해 후 치료를 받던 김 씨를 다시 소환했다. 김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가 누구 것인지를 밝혀내는 게 수사의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김성태 전 회장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이 대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대장동과 쌍방울은 별개의 사건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대장동 일당이 벌어들인 수익 중 일부가 쌍방울로 흘러들어가 세탁됐는지, 또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등에 쓰였는지 등을 규명하는 수사가 한창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만배 씨와 김성태 전 회장 간 연결고리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두 사건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김 씨와 김 전 회장 관계를 통해 얽히고설킨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게 검찰 수사팀 전략 중 하나다.
김 씨와 김 전 회장 공통분모는 쌍방울 전 부회장 출신인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다. 최우향 이사는 2021년 10월 15일 새벽 구속 만료로 서울구치소를 나온 김 씨를 배웅 나왔던 인물이다. 당시 헬멧을 쓰고 김 씨를 데려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등에선 ‘헬맷맨’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씨와 최 이사가 알게 된 것은 대략 2000년대 초반이다. 김 씨는 최 이사를 두고 “진짜 가까운 동생”이라고 했을 만큼 각별히 아꼈다고 한다. 언론인이었던 김 씨와 전라도 한 폭력조직에 몸을 담갔다가 서울로 올라온 최 이사가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씨와 가깝게 지냈던 한 검찰 인사는 이렇게 전했다.
“2007년경 한 언론사 법조팀장이던 김 씨와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최 이사와의 인연을 들은 기억이 있다. 2003년쯤 김 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최 이사의 동향 선배로부터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그 선배는 전라도 지역에서 제법 유명했던 폭력조직 일원이었다. 2007년 당시 매스컴에도 등장했던 요식업 대표였다. 그를 매개체로 최 이사를 만나 형 동생이 됐다고 말했다.”
최 이사가 쌍방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이다. 해외 영업 전문가를 수소문하던 김 전 회장이 자본시장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진 한 사업가를 통해 최 이사를 알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사업가는 일요신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업가는 “최 이사와 김 전 회장을 모두 알고 지내긴 한다. 내가 알기론 전라도 출신으로 현재 강남 일대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한 인사가 둘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쌍방울그룹을 인수했던 김성태 전 회장이 최 이사에게 먼저 영입 제안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수락한 최 이사는 그 후 부회장직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법조계와 자본시장에선 김 전 회장이 최 이사를 통해 김만배 씨를 알게 됐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 전 회장이 검찰과 언론계 마당발로 알려진 김 씨를 활용하려 했다는 내용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김 전 회장과 가까운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김 씨를 알게 된 것은 최 이사 때문이 아니다. 최 이사도 역할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보단 한때 요식업을 운영했던 최 이사의 동향 선배가 중간에 있었다고 들었다. 김만배 씨는 법조 출입할 때 전라도 출신의 한 검찰 수사관을 통해 그 선배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이 선배는 앞서 김 씨와 최 이사를 만나게 해준 것으로도 추정되는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도박장과 대부업체 등을 운영했다. 이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쌍방울 인수 후에도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수사당국 조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으로선 검찰 인맥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이고, 김만배 씨 역시 그 중 한 명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가 한때 쌍방울에 몸담았던 것을 두고도 김만배 씨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변호사는 김 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김만배 씨를) 깍듯하게 모셨다고 들었다. 거기엔 김 씨의 검찰 인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최 이사는 대장동 사업에서 나온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2022년 12월 16일 구속됐다. 검찰은 최 이사로 흘러들어 간 자금 규모, 흐름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배 씨가 벌어들인 대장동 수익의 최종 목적지를 규명하는 차원에서다.
검찰 수사 상황에 밝은 사정당국 고위인사는 “대장동과 쌍방울, 그리고 이재명 대표 수사는 사실상 한 묶음이나 다름없다. 그런 측면에서 김성태 검거로 이번 수사는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와 이재명 사이의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들려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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