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요금제 도입, 해외 진출 전략 주목…“예능 장르 눈여겨봐야” 시선도
#OTT 산업은 성장세지만…
2022년 국내 OTT 이용률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OTT 이용률은 85.4%로 2021년(81.7%)과 2020년(72.2%)과 비교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유료 OTT 이용자 중 약 60%가 2개 이상 OTT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이용자들이 2개 이상의 복수 OTT를 시청할 경우 하나 정도는 넷플릭스 말고 우리나라 OTT를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 점에서는 시장이 성장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만 놓고 보면 OTT 사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콘텐츠 투자비가 수익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티빙은 762억 원, 웨이브는 558억 원, 왓챠는 248억 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2022년에는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콘텐츠 투자를 안 하는 것인데 그럼 미래의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콘텐츠 수급만 하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를 견제할 수 없으니 OTT 사업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 OTT인 왓챠의 위기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 왓챠는 2022년 5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위한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2022년 12월에는 LG유플러스가 경영권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왓챠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업계 전망이 밝지 않은 탓에 왓챠의 몸값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왓챠는 아직 올해 사업 계획서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수익성 끌어올리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과 디즈니 플러스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넷플릭스의 입지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수익성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2022년 11월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광고 요금제는 한 달에 5500원짜리 저가형 요금제로 기존 요금제보다 4000원가량 저렴한 대신 콘텐츠에 광고가 포함된다. 동시에 올해부터는 가족 이외에는 계정을 공유할 수 없게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아마 계정 공유에 활발한 기존 2030보다는 거부감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안 보던 사람들도 저렴한 구독요금 덕분에 유입되면서 오히려 시청층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OTT 중에는 쿠팡플레이의 약진이 돋보인다. 쿠팡플레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월 결제 수단인 와우회원이 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OTT 플랫폼으로, 쿠팡 회원이 많다 보니 이용자 수가 덩달아 높은 편이다. 2021년 12월 기준 쿠팡플레이 사용자 수는 359만 명으로 1년 사이 590%나 증가했다. 월 4900원의 구독 상품인 와우에 무료로 붙은 서비스인 만큼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동시에 그만큼 락인 효과(고객을 붙들어두는 효과)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원 교수는 “쿠팡플레이의 경우 다른 미디어 중심 플랫폼과 달리 쿠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늘리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적자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3년 OTT 시장 관전 포인트는?
OTT 업계는 하나같이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플랫폼들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700억, 5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을 내는 유일한 OTT는 넷플릭스 정도다. 2022년 넷플릭스의 순이익은 2021년 46억 달러보다 소폭 증가한 47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1조 원 이상의 투자비를 한국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종관 ICT 박사는 “사실상 머니게임이다. OTT는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화제성을 갖고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글로벌 OTT가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하면 올해 국내 OTT 입장에서는 고전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OTT들이 넷플릭스가 선보인 광고 요금제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경쟁 심화로 각 OTT에서 내는 콘텐츠의 품질이 대동소이한 까닭에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해진 점도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이문행 교수는 “국내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선제적으로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 수익을 꾀한 상황”이라며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대단히 위협적이다. 광고요금제에 시청자들이 적응하게 되는 시점이 오면 결국은 국내 OTT들도 광고 요금제를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광고 요금제에 대해 국내 OTT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광고 요금제 도입에 대해 티빙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 역시 “지금 당장 수익성 개선을 위한 광고 요금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웨이브 한 관계자도 “검토는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도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적자 탈피를 위한 국내 OTT의 해외 진출 여부가 구체화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줄곧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는 와중에도 토종 OTT가 적자인 이유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은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는 글로벌 진출이 구체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웨이브는 2022년 12월 미주지역 K-콘텐츠 플랫폼인 KOCOWA(코코아)를 인수해 글로벌 진출에 본격 착수했다. 웨이브는 코코아 인수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미주 지역 30여 개국의 가입자들에게도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티빙도 2021년 말에 인수한 해외 OTT 파라마운트와 함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는 출혈 경쟁 탓에 OTT 시장의 지각 변동도 점쳐지고 있다. 이종관 박사는 “언제까지 적자 사업을 계속할 수는 없다. 지난해 CJ가 시즌을 인수한 것처럼 올해도 OTT 시장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들 신규 투자에 고전을 겪게 되는 시점에 눈여겨봐야 할 장르는 예능”이라며 “작년에 가장 히트 친 콘텐츠가 티빙의 ‘환승연애’고 제작비는 드라마보다 덜 들었다. 2023년에는 예능에 대한 투자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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