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방·수입차·위스키까지 수요 걱정…최상위 브랜드 아직 타격 없지만 일부 브랜드 인기 팍
최근 금리 인상과 맞물려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는 고급 패션 브랜드, 고급 수입차, 와인, 위스키 등 사치재 시장부터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생활필수품이 아닌 만큼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 맬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각 사치재 업계 상황을 일요신문이 살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패션 브랜드가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에 해외여행 등 여가 생활 전반이 불가능해지면서 직장인, 중산층 여유 자금이 패션 브랜드로 쏠렸다고 평가된다.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등의 브랜드에서 오픈런(가게 문이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 열자마자 달려가서 구매하는 행렬)이 유명해지고 이를 대행해주는 알바도 생겨났다.
그렇게 철옹성 같던 명품 패션 브랜드도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프리미엄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오픈런 줄도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 오픈런 줄이 길었던 이유는 명품 브랜드 인기 모델을 구입한 후 바로 갖다 팔아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실수요 일반인도 있었지만, ‘리셀’(되팔 목적) 목적으로 시간을 내서 줄을 서서 구매하는 업자들도 있었다.
프리미엄이 줄어든 건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굳이 높은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명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업자들이 줄 설 요인이 적어졌고 구매도 용이해졌다. 편집숍이나 리셀 업자 사이에서는 ‘원가로 던져야 팔린다’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최고 인기 모델은 여전히 수요가 뜨겁다. 다만 이 경우에도 예전만큼 프리미엄을 받긴 어렵다. 앞서 백 씨는 “프리미엄은 차치하더라도 최고 인기 브랜드는 수요가 계속된다. 다만 그다음 인기 브랜드는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줄을 서도 못 사고 대기조차 할 수 없었던 고급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새로 대기 명단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기 명단이 금세 마감됐단 얘기도 있지만 이 같은 얘기가 돌았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소위 ‘업자’의 영역인 프리미엄과 별개로 실수요가 타깃인 백화점은 아직 끄떡없다는 분위기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백화점으로 꼽히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2022년 매출이 2조 8398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3.9% 성장했다고 한다. 아직 수요가 끄떡없다는 방증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고급 수입차 시세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고급 세단뿐만 아니라 독일 3사 고성능 라인 등에서 가격 하락 폭이 크다. 특히 카푸어가 탄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차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M 사 차는 매입해준다는 중고차 매장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약 1년 전 신차급 중고차를 웃돈 주고 팔 수 있었던 때와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중고차 관련 소식이 빠른 배 아무개 씨는 “최근 M 사 차 중 신차 가격 약 1억 중반대의 L 모델은 1년도 안 탔는데 4000만 원 싸게 내놓아도 잘 안 나간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데는 결국 금리 인상이 직격탄이 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신차 구매를 신청해도 받기까지 최대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할부 이자도 급격히 상승해 약 2년 전 할부 이자보다 많게는 3배까지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본 3~4%이던 금리가 7~8%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자 비용이 급격히 뛰면서 신차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가 늘었고, 차량 교체도 꺼리게 되면서 신차 구매 대기 기간도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과거 웃돈까지 주면서 구입했던 신차급 중고차 시세부터 떨어졌다. 특히 고급 수입차 경우 여전히 가격 방어가 잘 되고 차량도 많지만, 특정 차종의 경우 가격 하락 폭이 매우 큰 경우도 나타났다. 이런 가격 하락은 실수요자가 구매하는 중저가 차량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언론에 와인, 위스키 인기가 대단하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위스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맞다. 다만 초고가 와인, 위스키 경우 호가로 봤을 때 정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웃돈을 주고라도 와인과 위스키를 구매하던 분위기도 많이 꺾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위스키 마니아 주 아무개 씨는 “정가가 10만 원인 위스키를 10만 원에 웃돈까지 주고 사던 때도 있었다. 맥캘란 18년 쉐리 캐스크를 사기 위해 인질 6병을 사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그 프리미엄 폭이 전성기에 비해 굉장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주 씨는 “저변이 넓어진 만큼 10만 원대 보급형 와인과 위스키 관심은 계속되겠지만, 웃돈을 주던 문화는 잦아들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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