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들어 2주 만에 의심 인사 10여 명 ‘투하’…선거캠프·여권 인사·사학 출신 등 가지각색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인 2022년 4월 25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는 이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안 위원장은 "공기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들을 합니까. 그렇다면 인사는 실력에 의해서, 능력에 의해서 뽑아야 됩니다.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앉혀 가지고는 그게 전부 다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공공기관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캠프 출신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백현주 국악방송 사장,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김세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관련기사 [송년특집] ‘참모만 300명’ 윤석열 대통령 만든 캠프 공신들 어디서 뭐하나).
낙하산 논란은 2023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새해가 밝은 지 고작 2주일이 지났지만, 낙하산으로 의심되는 인사는 벌써 10여 명. 하루에 한 명꼴로 낙하산이 내려온 셈이다. 일요신문이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1월 2일부터 13일까지 올라온 공시를 전수분석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해 1월 5일 임기를 시작한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4명은 모두 교통안전 관련 경력이 불분명하다. 4명의 공통점은 따로 있다. 여당과 관계가 깊지만, 지난 지방선거 혹은 총선에서 공천 받지 못했다.
우선 김수영 이사는 2022년 선거운동에 매진한 인물이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 지방선거에서 현재 대통령실 홍보수석인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직접 정계 진출을 도모한 적도 있다. 그는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기획위원, 국민의힘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해바른 이사는 2009년 원희룡 의원실 비서였고, 2022년 8월부터는 원희룡 장관 정책자문위원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 기획위원회에서도 일했다. 그는 대기업 직원이었던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 서울 서초을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받지 못했다.
전계숙 이사는 한국교통안전공단 본사가 위치한 경북 김천 인사다.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선 지역 정치권 인사가 임원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잦다. 전 이사는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김천시의회 2선을 했다. 김천대 총동창회 이사이기도 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공천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정당 활동을 제외한 주요 약력은 김천시 탁구협회 부회장, 김천시 볼링협회 고문,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요양보호사, 레크리에이션 1급, 웃음치료사 1급 등이다.
박인섭 이사는 서울 송파구의회 4선 의원 출신이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 소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지 못했다. 박 이사는 송파구의회에 입성하기 전에는 서울시청과 송파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새해 들어 임기를 시작한 상임감사는 두 명이다. 공교롭게도 억대 연봉을 받는 상임감사 두 명 모두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출신이다. 대통령비서실은 2022년 9월 인원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선 기강 잡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로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은 아니다.
언론인 출신 우승봉 한국벤처투자 감사는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 공보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엔 국민소통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우 감사는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 대변인 등을 지냈다. 한국벤처투자 상임감사의 2021년 연봉은 2억 525만 원이었다.
김경순 국립공원공단 감사는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였던 정책네트워크 내일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김 감사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을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인사제도비서실에서 일했다. 국립공원공단 상임감사 2021년 연봉은 1억 4279만 원이었다.
현정권과 가까운 사립대 부총장 경력자들의 선임도 눈에 띈다. 배병일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영남대 부총장 출신이다. 배병일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인권위원회 위원과 대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역을 맡았다. 영남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80~1988년 이사장을 맡았던 곳.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기획조정특보를 맡으면서 '그림자 실세'라고 불렸다.
김정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비상임이사는 동서대 총괄부총장이다. 동서대는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 일가의 동서학원 소속이다. 현재 동서대 총장은 장 의원 형인 장제국 씨다. 김 이사는 2001년 동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로 부임해 줄곧 동서대에서 일했다. 그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손연기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이사는 강릉영동대 부총장 출신이다. 그는 2022년 11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으로도 선임됐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IT특보를 맡았다. 2022년 6월엔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 인수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은 윤석열 캠프 디지털경제특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을 거쳤다. 과거 그는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정낙근 남북교류지원협회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최재형 캠프 외교안보담당이었다. 정 회장은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 출신이다.
이규석 한국철도공사 비상임이사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이었다. 그는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공천받지 못했다. 문수정 대한건설기계관리원 감사는 2021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불법"이라는 청년 변호사 11인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한 민경욱 전 의원 변호를 맡기도 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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