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소환 통보’이어 김성태 입국…친명 반발 속 친문 비대위 거론하며 세 규합 움직임도
“밥상머리 이슈에서 밀렸다. 걱정스럽다.”
1월 16일 만난 민주당 한 초선 의원 말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UAE로부터 40조 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뉴스가 모든 언론의 1면을 장식한 날, 우리 당의 대표는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 김성태 전 회장도 17일 들어온다”면서 “설에 지역구로 내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1월 16일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는 이 대표에게 1월 27일 또는 30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 대표는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의혹의 정점일 것이라고 본다.
검찰은 2021년 7월 수사를 시작했지만 사건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선 부실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교체 후인 2022년 7월 수사팀은 전면 개편됐고,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주요 인물들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면서 상황은 급변했고 결국 이 대표 소환조사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 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1월 10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제1 야당 대표로는 사상 처음이다. 그런데 불과 6일 만에 검찰은 다시 출석을 통보했다. 민주당이 발끈하는 이유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설 밥상에 윤석열 정부 국정 실패와 무능 대신 야당 대표를 향한 조작 수사를 올리려는 검찰 언론 플레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정하 대변인은 “국민들은 본의 아니게 이재명 대표와 대장동 일당이 주연과 조연인 비리 범죄 드라마를 연일 보고 있다. 이제는 끝을 맺을 때”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대표를 향해 “맥락에 맞지 않은 공허한 음모론, 다수당의 힘 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팩트와 증거로 말씀하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며 수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사실 (소환조사는) 형식적인 절차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느냐. 그동안 많은 조사를 했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증거들도 많다. 재판을 보면 알 것”이라면서 “성남 FC 때처럼 이 대표가 소환엔 응하더라도 조사를 적극적으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남은 건 이 대표에 대한 구속기소 여부 결정뿐”이라고 귀띔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더 큰 악재는 따로 있다. 김성태 전 회장 입국이다. 2022년 5월 해외로 도피했던 김 전 회장은 1월 10일 검거돼 17일 입국했다. 김 전 회장이 주목받는 것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전환사채(CB)를 이용해 2018년 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던 이 대표 변호사비 23억 원가량을 대신 내줬다는 혐의를 받는다.
비행기 탑승 전 김 전 회장은 취재진에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이재명 씨와는 전화도 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회장은 검거 직후 KBS 인터뷰에서도 “만날 만한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 그 사람(이재명 대표)을 왜 만납니까. 이재명 때문에 제 인생이 초토화됐는데”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1월 13일 “쌍방울과 이재명이 대체 무슨 관계냐”고 반문하며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왜, 어떤 방법으로 줬다는 건지 아무것도 없다. 나도 모른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왜 그분이 제 변호사비를 내느냐. (돈을) 받은 사람은 대체 누구냐. 그럼 그 사람을 잡아가든지 정말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검찰에선 김 전 회장 ‘입’이 판도라 상자를 열 것으로 기대를 건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는 서로 친분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너트릴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특히 수사의 성패를 가를 쌍방울그룹 CB 자금 흐름 파악에 있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도 한다.
민주당은 강력 반발에 나선 모양새다. 김성태 전 회장 귀국을 두고 ‘기획입국설’을 제기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1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조사받으러 가는 날 그분(김 전 회장)이 체포됐다”면서 “미리 확보해놓고 그날 발표한 거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고 이 또한 이거 가지고도 정치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무능을 적극 부각하는 한편,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을 문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사법리스크와는 별개로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1월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고금리·고물가로 민생 고통이 극심한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행동할 때”라면서 앞서 정부에 제안했던 긴급 민생프로젝트를 다시 꺼냈다.
이 대표가 ‘민생’을 얘기할 때 다른 최고위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민주당의 투트랙 행보로 읽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윤심’ 개입 논란과 일본 강제동원 배상금 논란 등을 지적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 송환을 실시간 중계하며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소설을 넘어 마녀사냥을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계파 간 입장 차가 확연히 감지된다. 비명계에선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당을 분리하자는, 이른바 ‘분리대응론’이 주를 이룬다. 이를 두고 친명 인사들은 거세게 맞선다. 민주당 게시판엔 이 대표 지지자들이 비명계 인사들을 공격하는 댓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놓고 내홍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이 대표는 1월 13일 “우리끼리 싸우는 건 안 된다. 그건 이적행위”라면서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3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 대표는 내부에서 비판의 최고 대상자가 돼야 한다. 왜 싸운다고 생각을 하나. 상호 비판한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자양분 같은 것은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개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 및 재판을 받은 후에 다시 당으로 돌아와도 된다는 것이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대표직이 방탄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정부 실정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친문 의원은 “이 대표가 물러난 뒤, 비대위를 꾸리자는 안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가 물러난다 하더라도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건 너무 리스크가 크다. 당이 쪼개질 수 있다”면서 “김부겸 전 총리 같은 분을 모셔와 비대위를 꾸려 당의 위기를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민주당 안팎에선 김부겸 전 총리 이름이 부쩍 자주 거론되는 상황이다.
친문 인사들이 1월 18일 출범한 포럼 ‘사의재’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친문계가 본격적인 세 규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포럼엔 김상조·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다.
이 포럼을 바라보는 친명계 인사들 시선은 곱지 않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대표가 어려움에 빠졌는데 본인들은 모여서 정책 공부를 한다? 참으로 한가하다. 누가 납득하겠느냐. 총선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가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이 대표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정치적 의미는 없다”면서도 “(포럼이)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할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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