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하야토 ‘낙태 스캔들’부터 ‘허벅지 깨물기’까지…요미우리 팬들조차 “더 이상 응원하고 싶지 않아”
먼저 메이저리그(MLB)에서 투타 겸업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최정상급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강타자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등 쟁쟁한 메이저리거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해 퍼펙트게임에 성공한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 56홈런을 치며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타격 3관왕을 차지한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이 출전한다(관련기사 오타니·다르빗슈 총출동…‘숙적’ 일본 WBC 대표팀 누가 오나).
반면, 10년 가까이 일본 대표 단골 유격수로 활약한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름은 없었다. 지난해 성추문으로 떠들썩했던 터라 그의 선발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공수 겸비’ 일본 야구계의 특급 유격수
WBC 대표팀 명단이 공개되자 일본 인터넷상에서는 ‘최강 타선’이라며 기대감이 고조됐다.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만,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61)이 구상한 ‘베스트 멤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매체 ‘석간후지’는 “오타니와 다르빗슈 등 메이저리거 소집에 성공해 ‘역대 최강 조합’이 착착 진행되는가 싶더니, 최종 단계에서 내야수 선발에 난항을 겪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의 사카모토 하야토(34)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본래라면 유격수 사카모토의 ‘낙마’는 떠올리기 힘들다. 현재 일본 야구계에 유격수 인재가 부족한 데다, 그는 공수를 겸비했기 때문이다. 사카모토는 우타자로서는 사상 최연소인 31세 10개월에 2000안타를 달성했다. MVP와 최다안타, 골든글러브상 5회 수상 등 그야말로 기록이 화려하다.
국제 경험도 나무랄 데가 없다. 2013년과 2017년 WBC에 두 차례 출전했으며,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공헌했다. 첫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날렸고, 조별리그전부터 준결승까지 4경기 모두 타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또한 요미우리에서 8년간 주장을 맡은 만큼 팀의 결속을 다지는 리더십도 큰 매력이다.
#거듭된 성추문 스스로 명성에 먹칠
그러나 사생활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낙태 스캔들’이 보도돼 열도가 떠들썩했다. 2022년 9월, 주간문춘 온라인판은 “사카모토가 2년간 알고 지냈던 여성 A 씨에게 피임 없는 성행위를 강요했고 A 씨가 임신하자 낙태를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A 씨 지인의 제보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당시 요미우리 측은 “사카모토가 A 씨에게 사과했으며 서로 대리인 변호사를 통해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당사자 간 합의로 무마됐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비난이 쇄도했고 사카모토가 타석에 설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스포츠신문과 일간신문, TV 방송이 관련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았던 것. 주간문춘은 “다른 언론들이 요미우리신문(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보도를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카모토의 성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주간 ‘프라이데이’는 미야자키 전지훈련 도중 사카모토가 현지 유흥업소의 여성을 숙소로 불러들여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됐다고 보도했고, 2017년 주간 ‘플래시’는 “원정차 우쓰노미야를 방문했을 때 사카모토가 카바쿠라(일본식 단란주점)에 들러 여종업들에게 ‘바퀴벌레’ ‘추녀 집합소’라며 폭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성추문에 시달렸지만, 사카모토의 사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유흥업소에 들락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2년 6월 ‘주간신조’가 사카모토의 새로운 스캔들을 폭로했다. 주간신조에 따르면 “2018년 사카모토가 유흥업소 여성을 성적으로 괴롭혔고 잠자리 요구를 안 들어준다며 어깨와 허벅지를 깨물었다”고 한다. 결국 “구단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 550만 엔(약 5300만 원)을 지불했다”는 후문이다. 주간신조는 “사카모토가 성 스캔들에 휘말릴 때마다 요미우리는 사실을 파악하기는커녕 은밀하게 나서서 덮어 버렸다”고 전했다.
최악의 ‘낙태 스캔들’이 터졌으나 역시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부상까지 겹친 사카모토는 지난 시즌 83경기 출전, 5홈런이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2022년 11월 “계약갱신 협상에서 사카모토 연봉이 6억 엔으로 현상 유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월급도둑’이라는 조롱마저 쏟아졌다.
사카모토에 대한 여론은 싸늘해져만 갔다. 특히 WBC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요미우리 팬들조차 “이제 응원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 야구팬은 “야구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격수 부족 고심하는 사무라이재팬
‘사무라이재팬’ 유격수 자리에는 겐다 소스케(세이부 라이온스)가 1차 선발로 뽑혔다. 과거 WBC에서 코치를 맡은 일본 야구계 원로는 “확실히 유격수 수비만큼은 겐다가 일본 넘버원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프로 6년간 타율 0.300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타격 면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구리야마 감독 입장에서는 공격력도 되는 사카모토를 놓치기 아까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그는 “사카모토의 합류 여부가 ‘사상 최강 사무라이재팬’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사카모토가 지난해 부진했다고 해도 우승을 노리는 일본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 유격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사카모토와 구단 측은 성추문에 대해선 침묵 중이다. 다른 스포츠라면 있을 수 없는 사태다. 장래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나.” 데일리신초는 “아이들의 모범이기도 한 프로야구 선수가 어떠한 페널티도 받지 않고 경기를 계속 뛰지 않았느냐”며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특히 WBC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선수로 뛰게 된다. 국가대표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덮어두고 기용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우승 탈환이 목표’라고 밝힌 구라야마 감독, 과연 사카모토를 대표팀에 승선시킬까. 그의 결단에 이목이 쏠리던 상황이었다. 결국 최종 명단에 사카모토는 들지 못했다. 스포니치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사카모토가 지난해 부진을 극복하고 올 시즌에 충실하기 위해 WBC 출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를 향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네티즌은 “‘사퇴’라고 포장해줬지만 지난 시즌 성적이나 불상사를 생각하면 결코 잘난 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한 “시즌을 최우선으로 할 게 아니라 반성과 사과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적도 댓글로 올라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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