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앞바다의 섬들을 3년째 여행하며 섬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섬마을을 '살아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고 있는 화가가 있다. 화가 안혜경 화가(58)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발길이 머무는 섬에는 사라져 가는 '고향 풍경'이 있고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이 있는가 하면 섬 안에 갇혀 있는 '정지된 시간'과 주목받지 못한 채 '잊혀진 역사'가 있다.
고향의 풍경과 부모님들이 그리워지는 설날을 즈음하여 화가의 섬마을 여행에 동행하며 소멸해 가는 시간 속에 우리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고향의 모습'과 그녀의 화폭 속에서 비로소 '주인공'이 된 '우리네 어머니'들의 골 깊은 삶의 역경과 '인생 스토리'를 들어본다.
신안군 자은도에는 작고 오래된 방앗간이 있다. 이곳에서 어머니들은 설에 올 자식들을 기다리며 가래떡을 뽑고, 기름을 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풍경. 그러나 이곳은 누군가의 '고향'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친정'이었으며 어느 누군가에겐 '유년의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설 대목을 맞아 북적이는 이곳에 화가가 출장을 왔다. 안혜경 화가는 이곳에서 사라져 가는 고향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인생살이를 녹음하여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글로 써서 전시한다. 이름하여 섬마을 '움직이는 미술관, 노매드Nomad 미술관' 프로젝트다.
화가의 화폭에 담긴 사라져 가는 것들, 아쉽기에 붙잡고 싶은 우리네 '고향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가 기록한 자은도 풍경을 통해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소멸해 가기에 더욱 소중한 기억과 가치에 대해 성찰해 본다.
화가가 만난 수 백 명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대부분 자신의 얼굴이 주름지고 볼품없다고 생각한다. 이름 또한 촌스럽고 내세울 것이 없다고 여긴다. 광주리 머리에 이고 발품을 팔아 살림 밑천을 마련했던 어머니. 남동생 다섯 명을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은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큰 누나.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또 누군가의 며느리로만 불려왔고 심지어 서울 댁, 청주 댁 등의 출신 지명으로 호칭되어 온 우리 시대 어머니들.
그래서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의 가장 빛나는 표정을 포착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장에 걸어 준다. 그리고 그림 옆에 손공례(86), 김광심(84), 박선자(72), 박수례(76) 등과 같이 그들의 본명을 써서 이름을 불러준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얼굴과 그들의 이름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찾아주기 위함이다.
어머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수 백 명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그들의 얼굴이 빼곡히 내걸린 전시장 벽면은 그 자체로 '인생 아카이브'가 된다. 그것은 수많은 부모님들의 인생 스토리로 엮어낸 '살아 있는 역사'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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