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체내시계 재설정하고 활력 ‘업’…시간 없다면 사무실 ‘틈새 운동’…햇볕 쐬는 것 자체로 면역 강화
‘저스트 원 씽’의 저자 겸 방송인이자 영국의 전문의인 마이클 모슬리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결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삶 전체를, 혹은 심지어 한 가지 이상을 동시에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에게 맞는 한 가지를 골라 꾸준히 실천하라”고 말한다. 모슬리가 ‘저스트 원 씽’에서 추천하는 변화의 방식들은 빠르고 단순하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및 생활습관 개선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변화를 찾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보자.
#하루의 시작은 산책으로
이른 아침 산책은 놀랍게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보약이 될 수 있다. 기상 후 한두 시간 안에 밖으로 나와 걸으면 수면의 질이 향상되고 기분이 좋아지며, 심장병과 당뇨병이 예방되는 등 건강이 증진된다.
모슬리는 “나는 춥거나 비가 올 때도 늘 아침 산책을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자연광에 노출됐을 때 얻는 건강상의 이점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외는 집안보다 적어도 10배는 더 밝으며, 이른 아침 햇빛을 받으면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중단되고, 이를 통해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밝은 빛은 잠을 깨울 뿐만 아니라 체내 시계를 재설정하며 허기, 기분, 체온 그리고 다른 모든 중요한 신진 대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체내 시계를 재설정하면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된다.
또한 짧든 길든, 빠르든 느리든 모든 종류의 산책은 근육과 뼈를 강화시키고 관절 및 근육통을 감소시키며, 칼로리를 소모하고 활력을 높여준다. 이런 걷기 효과를 획기적으로 증대하고 싶다면 걷는 속도를 빨리 한다. 가령 1분에 약 100보를 빠르게 걸으면 느긋하게 걸을 때에 비해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빨리 걸으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해 심장 건강은 물론,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은 주로 앉아서 지내는 사람들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1%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침식사는 늦게, 야식은 금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식사를 하고 출근길을 서두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을 바꾸기만 해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요컨대 아침식사는 가능한 늦은 시간에, 그리고 천천히 하는 게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특별히 배가 고프지 않다면 아침식사를 뒤로 미루는 게 좋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하룻밤 금식’(즉, 마지막 식사 이후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시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하룻밤 금식’ 시간을 연장하는 식으로 시간제한식사(TRE)를 하면 여러 가지 건강상 이점이 있다. 이때 대개는 16:8 또는 14:10 규칙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16:8은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동안 금식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것이다. 특히 잠에서 깬 직후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해서 쉬지 않고 간식이나 야식을 먹는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고려해봐야 할 습관이다.
이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 ‘소크연구소’의 사친 판다 교수는 두 그룹의 쥐들에게 고지방 식단을 먹이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두 그룹 모두에게 같은 양의 음식을 주었지만, 한 그룹은 원할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8시간 동안만 먹이를 먹도록 했다. 100일 후 나타난 결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아무 때나 자유롭게 먹은 쥐들은 하루에 16시간 동안 단식을 해야 했던 쥐들보다 콜레스테롤과 혈당의 수치가 훨씬 높았다. 그리고 체중도 28% 더 증가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한 많은 연구들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하룻밤 금식’ 시간을 연장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체중이 감소하며,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 뿐만 아니다. 제2형 당뇨병의 위험과 심지어 뇌 기능 저하 속도 또한 늦출 수 있다. 판다 교수가 가장 추천하는 ‘하룻밤 금식’ 식간은 14시간이다. 그는 아침 8시경(잠에서 깨고 약 두 시간 후)에 아침식사를 하고, 저녁 6시경에 마지막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14시간 동안 금식을 하게 된다.
그의 연구소 동료인 에밀리 마누지안 박사는 하루종일 먹는 습관은 신체의 자연적인 생체 리듬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그는 “잠은 신체가 휴식과 회복 상태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그런데 저녁 내내 무언가를 먹은 후에 잠자리에 든다면 우리 몸은 휴식보다는 소화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밤새 혈당 수치가 상승해 당뇨병, 체중 증가, 혈압 및 염증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마누지안 박사는 “먹는 시간을 제한하면, 즉 일정 시간 금식을 하면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누지안 박사가 추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식사 간격은 8~10시간이다. 이 정도의 시간 간격이면 아주 배가 고프지도, 너무 부르지도 않아 무리가 없다. 그러면서 그는 “가능하다면 하루의 전반부에 칼로리의 대부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그리고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면 시간은 8시간이 좋다”고 덧붙였다. 금식을 하는 시간대에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물만 마시는 게 좋다.
#운동은 조금씩 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 핑계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없어서’다. 정말 도무지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스낵 운동’ 혹은 ‘틈새 운동’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시도해보라. ‘틈새 운동’은 20초에서 10분 동안 일상 속에서 틈틈이 하는 운동이다.
심박수를 높이고 몸에서 열이 나는 동작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가령 10분에서 15분 정도 걸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 20초 정도는 미친 듯이 페달을 밟는 식이다. 이는 다른 말로는 고강도 인터벌 훈련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어 번의 20초 운동만으로도 건강상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마저도 실천하기 힘들다면 다른 방법도 많다. 계단을 두세 번 빨리 오르내리거나, 60초 동안 제자리에서 뛰어도 좋다. 또는 주전자의 물이 끓기를 기다릴 때마다 주방 싱크대를 붙잡고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스쿼트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점심시간에 회사 주변을 10분 정도 걷거나,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면서 한두 곡의 길이만큼 열정적으로 춤을 춰도 좋다. 방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런지 자세로 보폭을 크게 해서 걷는 것도 추천한다.
이처럼 짧은 시간 틈을 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30분 동안 집중적으로 하는 운동보다 혈당과 혈압을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10분간의 ‘틈새 운동' 3회가 30분간의 세션 한 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심장 박동수를 높이면 체중이 감량될 뿐만 아니라 체지방률이 낮아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진다.
#스스로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단순히 신체 활동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만 해도 근력이 늘고 운동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가령 럭비 선수들은 킥을 하기 전에 골대를 통해 날아가는 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연습을 한다. 그 밖의 엘리트 운동선수들 역시 오랫동안 자신들이 성공적으로 뛰는 모습을 그려보는 ‘상상 운동법’을 사용해 왔으며, 실제 이런 훈련법이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상상 운동은 또한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효과가 있다. 몇몇 연주가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실력을 향상시키기도 하고, 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인지 심리학자인 헬렌 오셔 박사는 “어떤 행동에 집중하거나 머릿속으로 그 움직임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 신체의 관련 부분에 집중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해당 동작을 떠올리면 정확성, 속도, 파워가 증가한다. 이런 방법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도 바꾼다”고 설명했다.
#햇빛을 피하지 말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암과 조기 피부 노화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봄과 여름에는 매일 잠깐이라도 햇빛을 보는 것이 건강에 좋을 수 있다. 이렇게 일정 시간 햇빛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혈압이 낮아지며,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
이는 우리의 피부가 비타민D 공장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햇빛을 받으면 몸에 필요한 미네랄, 즉 비타민D로 변환되는 것이다. 비타민D는 건강한 뼈에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에도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이 심한 경우 심장병, 치매,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을 비롯해 일부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대기방사선과 교수인 앤 웹에 따르면, 햇빛이 강하지 않은 10월부터 3월까지는 보충제가 필요하지만, 비교적 일조량이 많은 봄과 여름에는 햇빛에 매일 노출되기만 해도 비타민D 결핍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부가 하얀 편이라면 10분에서 15분 정도면 충분하고, 어두운 피부라면 25분에서 40분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는 멜라닌 색소의 차이 때문이다. 멜라닌 색소는 천연 자외선 차단제지만, 동시에 비타민D를 흡수하는 피부의 능력을 저해한다.
이때 단순히 얼굴에 햇빛을 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소매와 바지를 걷어 팔다리에도 햇빛을 쐬는 게 좋다.
다른 한편으로 햇빛은 체내 시계를 재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햇빛은 기분을 고양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며,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팔에 20분 정도 햇볕을 쬐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을 낮추는 산화질소의 생성이 촉진된다.
그러므로 자외선이 무섭다고 무조건 태양을 피하지 말라. 햇빛은 잘만 쐬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천연 치료제다. 단, 항생제 같은 일부 약물 및 레티놀 같은 피부 제품은 피부 민감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피부 타입이든 화상을 입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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