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 주식 비정상 거래에 등장한 계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선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2022년 5월 20일 공판에서 김 아무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씨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된 2차 작전의 ‘주포’ 중 한 명으로, 당시 T 투자증권 센터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이날 재판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우리기술 주식에 대해 물었다. 우리기술 주식 역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인위적인 거래를 했느냐는 것이다.
재판장: 우리기술 주식의 경우도 증인이 관여해서 많이 띄웠죠. 경영진에서 주가부양 요청했던 상황으로 보이는데 맞느냐.이어 2022년 11월 11일 열린 공판에서 우리기술 주식에 대한 내용이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검사의 입을 통해 언급됐다.
김 씨: 경영진에서 주가부양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워런티(보증·약속)를 행사해서.
(중략)
재판장: 우리기술하고 도이치모터스하고 연이어 비슷한 시기에 있었는데, 2개 회사의 주가관리든 부양이든 행위에 관여했다고 하면 어떤 근본적 차이가 있었느냐. 우리기술은 도이치모터스보다 전망이 훨씬 약하고 재무구조도 취약한 회사였다. 반면 도이치모터스는 많은 증인들이 나와서 전망이 있는 회사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이른바 주가관리나 시세조종에 관여하게 되면, 하는 행위들이 달라지는지 묻는 거다. 왜냐면 우리기술 주식에 들어갈 때는 증인이 7억 원을 받았다고 돼있는데, 그게 투자로 돼있지만 관여 때문에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닌가 보인다. 도이치모터스는 이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전혀 이익을 취득한 게 없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가.
김 씨: 우리기술은 그 일이 끝나면 저와 아무 상관없고, 도이치모터스는 T 투자증권 유상증자를 통해 계속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달랐다.
재판장: 도이치모터스에 관여할 때는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 비용이나 보상, 대가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김 씨: 네.
검사는 “민 아무개 씨 제2회 진술조서 중 일부다. 민 씨 등은 본 건(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유사한 시기에 우리기술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이 확인된다. 심리 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우리기술 주식을 하나하나 분석했는데, 상당한 이 사건 관련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면서 우리기술 주식 또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씨는 앞서 김 씨 외에 또 다른 2차 작전 ‘주포’인 이 아무개 씨(L 씨) 처남이자, L 씨가 대표로 있는 B 인베스트 주식투자 임원을 맡았다. 검찰은 권오수 회장과 L 씨를 주가조작 작전의 머리로, 김 씨와 민 씨를 손발로 보고 있다. 민 씨는 지난 2021년 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2022년 11월 귀국해 구속기소됐다.
검사는 우리기술 주식 분석 내용을 설명하며 재판정 화면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증거 자료를 띄웠다. 그런데 우리기술 주식 거래내용 중에는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이름도 등장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시기에 작전세력이 우리기술에 대해서도 시세조종 혐의가 보이는 거래를 했는데, 김 여사와 최 씨 계좌에서도 같은 시기 우리기술 주식의 매수·매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가 제출한 우리기술 주식 거래내용에 따르면 김 여사의 경우 매도 수량이 20만여 주에 달했다. 다만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 김 여사의 매수 수량과 최 씨의 매수·매도 수량은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2010년 말 당시 코스닥 종목수는 1020여 개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0년 코스닥으로 한정해도 매수·매도할 수 있는 종목수가 1000개가 넘었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작전세력과 관련이 없고, 작전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관계도 없는데 김 여사와 작전세력이 비슷한 시기에 도이치모터스와 우리기술 주식을 동시에 살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며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씨가 작전세력과 계속 관계가 있었으며 계좌를 맡겼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기술 주식을 매매한 최 씨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는 권오수 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공판에서 본인이 직접 관리했다고 증언한 그 계좌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우리기술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씨 등이 우리기술 주식을 매수·매도한 시기는 2010년 8월에서 2011년 초 사이로 추정된다. 당시 우리기술 주가를 고려하면 김 여사의 20만여 주 매도가는 5억 원 안팎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 수치 및 SBS가 입수한 사정당국 작성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보면, 2010년 10월 8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신증권 계좌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를 통해 14억 7000만여 원의 현금이 들어온다.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계좌의 경우 2010년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4억 6400만여 원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다. 이 기간 김건희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에 10억여 원 규모의 유휴자금이 들어있는 셈이다.
또한 검찰이 B 인베스트를 압수수색하다 직원 노트북에서 확보한 ‘김건희.xls’ 엑셀 파일에는 김 여사 ‘대우계좌’에서 10억 원 가까운 현금을 인출했다고 적혀있다. 사건 공소장 범죄일람표3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명의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과 당시 T 투자증권 계좌는 B 인베스트에서 직접 운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김건희 여사가 우리기술 주식 매수를 위해 추가로 투자했다기보다, B 인베스트가 김 여사 증권계좌에 들어온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각대금 일부를 다시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에 사용하기 이전, 잠시 우리기술 주식 등 다른 종목에 단기매매한 것 아니겠느냐는 게 금융 전문가의 해석이다. 이는 김 여사와 최 씨가 ‘2010년 5월 이후 관계를 끊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 달리 여전히 주가조작 세력과 관련이 있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김건희 증권계좌, 작전세력 관리했다는 또 다른 정황
주가조작 ‘주포’들이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작전을 펼친 정황은 재판 과정에서 또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2일 검사의 민 씨에 대한 증인신문 내용이다.
검사: 2010년 11월 4일자 문자메시지 제시하겠다. (매매) 체결된 직후 (12시) 30분에 (T 투자증권) 김 씨에게 증인(민 씨)이 “10만 주 받았음” “두 사람에게 5만 주씩 뺏었음”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실제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1 등을 분석해보면 김건희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는 2010년 11월 4일 오후 12시 8분 53초와 12시 29분 31초에 각각 6만 주와 4만 주 등 총 10만 주 매수주문을 한다.
민 씨: 네. 문자메시지는 그렇게 돼있다.
검사: 증인 또는 B 인베스트에서 김건희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사용했기 때문에 5만주씩 뺏었다고 보낸 것 아니냐.
민 씨: 메시지는 그렇게 돼있는데, 내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B 인베스트에서 사용해 매매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억도 없고, 모르는 일이다.
두 주문보다 각각 45초와 28초 전에는 또 다른 전주들이 5만 주와 4만 주 매도를 주문한다. 이들은 권오수 회장이 B 인베스트 L 씨와 민 씨에게 소개해준 전주들이다. 이들 주식을 김 여사 명의 계좌가 모두 사들인 것이다. 검찰은 이 거래를 ‘통정거래(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일정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료를 보면 김 여사의 매수주문은 전화가 아니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였다.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식을 매입하고 1분 후 민 씨가 (T 투자증권) 김 씨에게 ‘두 사람에게 5만 주씩 뺏었음’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 씨가 김 여사 계좌를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신속하게 매수·매도주문이 이뤄지고, 보고까지 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권오수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2월 10일이다. 앞서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징역 8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81억 3000만여 원을 구형했다. 이외에 함께 기소된 공범들에게도 검찰이 각각 실형과 벌금을 구형했다.
주가조작 사건 관계자들의 1심 선고가 2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김건희 여사는 여전히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친 최은순 씨 역시 검찰의 조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에 “필요한 수사는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을 가리거나 경중을 두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을 위해 당내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를 꾸렸다. TF 소속 한 의원은 “현재 비공개 내부회의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일정과 계획은 없다. 2월초 정도에는 입장을 정리해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