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장 철수 온라인 전환으로 ‘돌파구’ 전망은 엇갈려…아모레퍼시픽 “더욱 활발히 중국 소비자 공략”
#중국 시장의 부진
아모레퍼시픽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3분기 매출은 3조 5384억 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472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78억 원에서 1573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직 2022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부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은 2021년 1~3분기 2조 734억 원에서 2022년 1~3분기 1조 8216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매출 역시 1조 3694억 원에서 1조 640억 원으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내수 시장 부진은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점유율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서치 업체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화장품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8.3%에서 2022년 3분기 17.2%로 1%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 역시 13.5%에서 12.1%로 줄었다.
해외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크게 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오랜 기간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 경제가 위축된 탓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봉쇄 정책을 해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다. 더욱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로 한중갈등이 불거지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예전 같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에 부정적인 소식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무난한 실적 성장을 거두고 있으며 마케팅과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라네즈’는 지난해 7월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아마존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 전체 1위 브랜드로 선정됐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했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지역 매출은 상승세에 있다. 북미 지역 매출은 2021년 1~3분기 713억 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269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줄어든 매출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재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이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석호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중국 지역 사업 환경 저하에 따른 관련 매출 감소 등을 감안 시 예년 수준의 이익 창출 규모를 회복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 축소로 고정비가 줄어들면서 중국 시장의 수익성은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춰 유통 채널 구조를 주요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향후에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MZ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브랜드와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중국 럭셔리 뷰티 마켓 및 면세 채널에서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에 시선 집중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도 올해 상반기 내 중국 오프라인 전 매장을 철수할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등으로 판매 채널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니스프리의 실적은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매출은 2021년 1~3분기 2491억 원에서 2022년 1~3분기 2186억 원으로 하락했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 7679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현재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억 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서민정 담당의 승계를 위해서는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G 지분 53.78%를 증여받아야 한다. 재계에서는 서 담당이 증여세 등 승계 재원으로 이니스프리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실적이 하락하면 서 담당의 지분 가치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경배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G 지분을 현재 주가 약 4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그 가치는 1조 7737억 원에 이른다. 우선주나 다른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2조 원이 넘는다. 서민정 담당은 그간 이니스프리 배당을 통해 적지 않은 현금을 확보해왔다. 이니스프리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620억 원, 2019년 489억 원, 2020년 102억 원, 2021년 82억 원으로 매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니스프리는 실적 악화가 시작된 2019년 1000억 원이 넘는 중간 배당을 실시해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니스프리는 논란을 의식했는지 2020년 이후 수십억 원 규모의 결산 배당만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으로 알려져 수십억 원의 배당마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니스프리의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눈에 띈다. 이니스프리의 2011년 매출에서 계열사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78%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민정 담당이 2012년 이니스프리 지분을 확보한 후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니스프리의 2021년 내부거래액은 565억 원으로 비중은 18.40%에 달한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18년 이니스프리 등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서 담당의 이니스프리 지분율은 20%가 넘지 않아 특별한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계열사에 적용된다.
경영권 승계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이니스프리 실적 개선을 통한 지분 가치 상승이 현실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국내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의 선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니스프리의 중국 오프라인 매점 철수 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는 폐점 일단락 및 일회성 비용 제거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화장품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황 부진 및 중저가 로드숍 브랜드들의 입지 약화 탓에 유의미한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앞서의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와 관련해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효율화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MBS(멀티브랜드숍) 등 기존과 다른 판매 채널에서 더욱 활발히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정 담당의 이니스프리 지분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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