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확진자 급증 변수 등 수요 회복 더디고 아시아나 인수로 인한 부담 갈수록 커져…대한항공 “업황 개선 기대”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의 여객 수송이 크게 줄었지만 화물 수송 비중을 늘림으로써 매출 공백을 상쇄했다. 대한항공의 매출은 2019년 12조 6834억 원에서 2020년 7조 6062억 원으로 줄었다. 대한항공은 이후 2021년 9조 168억 원, 2022년 1~3분기 10조 2164억 원의 매출을 각각 거두면서 현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항공업계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여객 수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중국 관광객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발 입국자로부터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1월 20일 20개 국가에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한국은 해당 20개 국가에 포함되지 못했다.
최근 일본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노선의 부진을 상쇄하기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노선의 매출도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인의 중국 여행 선호도는 높지 않고, 중국인 입국 방역 조치가 강화된 상황이기에 당분간 중국 노선 매출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미주·유럽 여행 수요도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이 이전과 같은 화물 수송 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세계적으로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세에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항공 화물 수요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 화물 운임이 본격적으로 조정받기 시작한 가운데 해외여행 수요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규모 증편에 나선 근거리 지역으로 분산됐다”며 “국제선 여객 매출액 증가분이 화물 부문의 역신장 속도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다. 변수로 꼽혔던 해외 기업결합 심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호주와 중국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얻는 데 성공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4개 국가의 심사만 통과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마무리된다. 대한항공은 “영국의 경우 경쟁당국에서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안을 수용했으며 이를 곧 확정할 예정”이라며 “이들 경쟁당국과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완료 후에도 추가적인 지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2022년 9월 말 기준 13조 원이 넘지만 자본총액은 1000억 원을 겨우 넘는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매년 영업흑자를 거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019~2020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171.55%에서 2021년 말 2410.60%로 늘었고, 2022년 9월 말에는 무려 10928.01%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22년 9월 말 기준 257.80%다.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석훈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많은 외화 부채 때문에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라며 “필요한 경우 대한항공에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나 EU가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노선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때도 4개의 중복 노선에 대해 신규 진입 희망 항공사에 해당 슬롯을 이전하기로 약속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미국과 유럽의 노선을 반납하면 그만큼 대한항공에 손해로 작용된다.
문아영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저하 수준이 확대되고 있어 대한항공의 잠재적 지원 부담은 당초 예상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국제 여객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미주 등 주력 장거리노선 반납 정도에 따라 시너지 창출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고, PMI(중복 사업 조정, 인력 및 기재 효율화, 마일리지 통합 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업·재무위험 변동 관련 불확실성이 부담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간 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다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업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면서도 “현재로는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몰라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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