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절반 약속” 보도에 민주당 “천인공노” 반발…검찰, 국회 요청 따라 공소장 제출 “절차대로 했다” 반박
하지만 법조계는 이 과정 속에서 ‘국회’를 통한 의혹 공개 카드가 주목받고 있는 지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소장은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기 위해 작성하는데,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검찰은 이를 익명화해 넘기곤 한다. 최근 들어 검찰이 직접 언론에 공소사실을 설명해주기보다, 국회를 통해 공소장이 언론에 입수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를 통해 정치인 관련 비리 의혹 공개 카드를 선택할 경우, 검찰이 비판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 이름 146번 언급
검찰은 최근 김만배 씨 등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총 57페이지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검찰이 작성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 공소장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름이 146번 언급된다. 이 대표를 이들과 공범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하진 않았지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등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과정을 모두 보고받았다고 봤다.
특히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김 씨로부터 뇌물을 받는 방안을 보고 받고 승인한 부분도 적시했다. 2014년과 2015년, 김만배 씨가 이재명 대표 측에게 “자신의 대장동 사업 관련 지분 절반을 주겠다”는 의사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전했고, 이를 이 대표가 정진상 성남시 전 정책비서관을 통해 보고 받은 뒤 승인했다고 서술했다. “정치적 이익을 대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사실상 승인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또, 자신의 공약이었던 ‘성남1공단 공원화’ 추진 재원을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제공하면,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을 바꾸는 방안을 짰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용적률은 높이고 임대주택 비율은 낮추는 계획 등을 이 대표가 직접 승인했다는 것인데, 검찰은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이 7886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남욱 변호사 등이 댓글 부대를 동원하고 선거 자금 수억 원을 지원한 사실을 이 대표가 보고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도에 발끈한 민주당
김만배 씨의 공소장이 보도되자 민주당은 “검찰이 언론에 흘렸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보도 직후인 지난 21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대장동 일당에 대한 공소장을 언론에 흘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허위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했다”며 “이 대표가 뇌물 약속을 승인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는데 검찰의 천인공노할 언론 플레이다. 허위주장·왜곡으로 점철된 주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비판했다.
또 “사실무근이라는 말로 표현이 부족할 만큼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다. 차라리 이 대표가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라”며 “이 대표는 민간이 독차지하려 했던 택지개발 이익 중 3분의 2가 넘는 5500억 원을 공공 환수했다”고 공소장 내용을 반박했다.
하지만 법무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민주당 주장처럼 공소장을 검찰이 언론에 흘린 사실이 전혀 없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공소장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고, 통상 절차대로 기소 후 7일인 어제(1월 20일) 공소장 사본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 공소장 사본이 제출되면 언론에서 의원실 취재를 통해 보도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민주당은 허위사실을 전제로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 검찰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공개된 공소장은 국회를 통해 언론사들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개된 공소장에는 국회 제출용이라는 워터마크가 찍혀 있었다.
민주당의 반발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나섰다. 한 장관은 “범죄 혐의 개수가 많은 게 검찰 탓은 아니지 않느냐”며 “검찰이 통상의 지역 토착 비리 범죄 수사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법무부 장관이 사건 관련 언급을 너무 자주 한다는 민주당 비판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고 상식과 사실만을 말한 것뿐”이라며 “자기들은 범죄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좌표 찍어서 선동하는데, 국민이 현혹되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이 할 말 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라며 앞으로도 사건 관련 언급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굵직한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앞선 노웅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때, ‘특정 언론사에 내용을 흘리지 않고, 합법적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범죄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냐”며 “국회에서 자료를 요청하면 이미 검찰 수사팀에서는 ‘언론에 전달될 것’을 알면서도 준다. 검언유착 논란도 피하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 범죄 관련 혐의 공개 루트가 국회”라고 귀띔했다.
#"영장 기각돼도 잃을 게 없다"
한편 검찰은 조사 분량을 감안할 때 이재명 대표 2회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가 28일 출석 후 한 차례 더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28일 조사 때도, 1월 10일 성남지청 조사 때처럼 서면진술서를 내고서 추가 답변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수사팀 역시 이 대표를 28일 소환한 뒤, 2월 초·중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이미 조사를 마친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더해 일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이다.
이때 다시 국회를 통한 ‘범죄 혐의 공개’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민주당이 과반인 의석수를 감안할 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요청 취지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되더라도 한동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체포동의안 속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해 이재명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를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선 변호사는 “영장 실질심사까지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검사는 없다. 어차피 영장청구도 다 여론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것”이라며 “영장은 기각되더라도 검찰은 잃을 게 없다. 1심에서 유죄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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