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의 산골 마을. 친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열다섯 살 관우는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절약왕이다. 한창 멋 부리고 옷에 신경 쓸 나이인데도 이발 비용이 아까워서 할머니에게 이발을 맡기고가스가 떨어지면 끊어진 나뭇가지들을 구해 와서 불을 땐다.
휑한 겨울 산에서도 먹을 것을 구하려 노력하는 건 조금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일찌감치 부모님과 헤어져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던 관우에게 절약은 선택이 아니었다. 집에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은 할머니. 소일거리를 하며 근근이 돈을 버는 할머니의 몸 상태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관우는 절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웃음 많고 눈물 많은 할머니와 최소한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관우는 오늘도 찢어진 슬리퍼를 테이프로 붙인다.
8년 전 아들 부부가 이혼한 후부터 손자인 관우를 맡아 키웠다는 할머니 숙자 씨(68). 그전엔 읍내에서 식당 일을 했지만 밤낮없이 고생한 탓에 허리 통증이 심해졌고 오랜 시간 서서 일할 수 없었던 할머닌 일을 놓게 됐다.
수술 후에도 손자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마을 사과밭 일이며 하우스 일이며 일손이 필요한 곳엔 언제든 나섰던 숙자 씨.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열심히 손자를 키워왔다. 노령 연금과 노인 일자리로 두 식구가 먹고살아야 하는 상황에도 늘 절약하며 지금껏 불평 한 번 해본 적 없다는 관우. 좋은 일도 싫은 일도 할머니 말이라면 늘 괜찮다고 말해주는 손자를 보면 숙자 씬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이 덜 입고, 덜 먹더라도 손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다는 숙자 씨. 숙자 씬 오늘도 관우를 위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일을 나선다.
자신을 위해 늘 열심히 일하는 할머니에게 고맙고 미안한 건 관우도 마찬가지다.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엔 마을회관 청소 일을 돕고 겨울엔 몸에 좋다는 칡을 캐서 할머니를 위한 특식도 준비한다.
할머니 어깨너머 배운 요리 실력으로 요리사라는 꿈을 키워오고 있다는 관우. 할머니 밑에서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고 쑥쑥 클 수 있었던 덕에 관우도 할머니처럼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게 꿈이 됐다.
중학교 졸업 후엔 조리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관우. 할머니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최대한 절약하고 간간이 주변에서 용돈을 받을 때면 돼지 저금통에 저금도 하고 있다. 꿈을 이루고 성공해서 할머니를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관우. 추운 겨울에도 할머니를 향한 관우의 마음만큼은 식을 줄 모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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